중학생시절 학교에서 체력장이란 이름아래 여러 운동에 시간 내어 해내는 결과치에 따라 점수가 매겨졌었다.
내가 유독 못해도 너무 못했던 종목이 생각나는데 윗몸일으키기와 철봉매달리기였다.
철봉매달리기는 매달리자마자 떨어졌다. 1초.
1분이라는 시간에 2명이서 짝이 되어 한 명은 다리를 잡아주고 한 명을 윗몸일으키기를 많이 해내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었다. 나는 1분 동안 3개를 했다. 최선을 다했는데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나머지 운동 점수가 좋아서 무난히 통과되긴 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한동안 재미난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이건 비밀인데 마흔이 넘어서 근력운동을 지도해 준 트레이너 덕에 배에 힘을 주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제야 윗몸일으키기를 쉽게 해낼 수 있게 되었다.ㅋㅋ
제주도 자전거로 여행하기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맘이 있고 신체조건도 괜찮은 편인데 맘 같지 않게 운동신경이 없다는 걸 인정한다.
한번 알려주면 바로 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 같은 경우엔 머리로 먼저 이해가 돼야 하고 4배 이상 연습을 해야 그 사람들만큼 할 수 있는 편이었다.
중학교 체육대회에서 키가 커서 배구선수로 뛰었다. 서브를 잘 넣어서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탁구선수도 했는데 삼촌과 한 달을 연습한 결과 결승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다.
대학생이 되면 꼭 테니스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은 로망이 있었기에 용감하게 동아리문을 두드렸다. 신체조건을 보니 키도 크고 날씬하니 훈련만 잘 시키면 되겠는데 했던 선배는 오판이었다며 놀리기도 했다.
동기들보다 느린 나를 일요일에 따로 훈련을 시켜주기도 했지만 대회를 나가보지는 못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운동을 놓지 않았다.
90년도에는 스쿼시가 유행이었는데 퇴근을 한 후 친구와 일주일에 두 번씩 중간지점인 신사역에서 만나 스쿼시를 배웠다. 공이 벽을 부딪히며 내는 소리에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결혼 전에는 새벽에 수영을 배우고 출근을 했는데 1년 동안 자유형과 평형만 했던 것 같은데도 자유형을 잘 못했다. 몇 년이 지나니 여전히 물을 무서워하고 있었고 수영 영법은 엉망일정도로 생각나지 않았다.
몸으로 배운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다는데 것도 나름인가 보다.
결혼 후엔 남편과 새벽에 요가를 배운 후 출근했다. 임신을 했을 때도 걷기와 산모요가를 출산직전까지 했다.
늦게 둘째를 낳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목과 어깨가 아파서 통증으로 잠을 못 자는 날도 있었고, 경락마사지를 받고 오면 좀 나아졌다가 또 아프기를 반복했다.
세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낳았기에 모유수유도 신경 쓰고, 오래 안아주고 했더니 자세가 안 좋아진 게 원인이었다. 자세 교정을 꽤 오랫동안 받아서 좋아졌는데 유지하기 위해 근력운동 처방이 내려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근력운동도 8년째다.
이 정도면 바디프로필도 몇 번은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한 번도 찍은 적이 없다. 근력이 잘 안 만들어지는 체질에 타고나길 근력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잠깐만 방심하면 근력이 빠지고 운동방법도 잃어버린다. 에고..
얼굴까지 살이 빠지는 그 힘든 여정을 하고 싶지 않아 핑곗거리를 계속 찾는 중이다.ㅎ
산악자전거에 푹 빠진 남편과 아들 덕에 자전거도 탈 줄 안다.
코로나로 마스크 쓰고 실내운동하는 것이 힘들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재밌게 배우고 있다.
가족과 스쿠버 다이빙
이쯤 했으면 고등학생시절을 빼곤 항상 운동과 함께인 삶이었으니 몸에는 근력도 충만하고 운동신경도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과연?
수영을 배우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운동신경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강사가 우쭈쭈 해주려고 했던 말인지 모르겠지만 발차기가 남다르단다. 아마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한 보람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없던 운동신경이 얼마나 좋아졌겠는가. 물속에서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머리를 흔들 때도 있다.ㅋㅋ
머리가 이해가 되어야 몸으로 나오는 건 여전하다. 예전보다 이해가 조금 빨라진 정도, 노력을 2배쯤 하면 해내는 정도는 되었다. 수영의 매력에 빠졌고 재밌어서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잘한다는 말도 곧잘 듣곤 하는 정도다.
운동! 여전히 잘 하진 못 한다. 습관처럼 한다.
가족 모두가 운동을 즐긴다.
꾸준히 하다 보니 2-3시간 코스의 등산정도는 거뜬히 해내는 정도는 되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가족과 서핑
내가 운동하는 이유는 아프지 않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먹고 싶은 거 다 먹기 위해서다.
운동신경이 없어도 이쯤 하니 겁 없이 도전하게 된다.
한 번에 일어나지 못했지만 서핑도 해봤고,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도 있다.
한쪽 운동이라 아직 배우지 않고 있는 골프, 언젠가 꼭 몸치 탈출을 하고 싶어 배우고 싶은 댄스, 요가를 하다가 다친 적이 있어서 겁내고 있지만 요가의 늪에 빠져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번 발을 넣으면 몇 년씩은 해내기에 운동은 나를 잘 데리고 살기 위한 선택이다.
아파보니 삶의 질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가족들도 함께 힘들어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려면 건강해야 한다. 내가 건강을 위해 선택한 건 운동과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