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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 Feb 28. 2020

7. 조기폐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

[20대 조기폐경 극복 에세이 7]

개인적인 치료 경험들을 나열하자면 이렇다.   

 

1) 호르몬 치료 : 생리불순일 때 대형 종합병원에서 검사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호르몬제를 먹었다. 약이 잘 맞지 않았고 구토 증상을 보여서 더 이상 먹지 않았다. 현재는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있다.


2) 한의학 치료 : 여성전문 한의원의 도움을 받았다. 다행히 요즘은 여성전문 한의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다녔던 곳에서 느꼈던 장점은 치료가 편안하고, 여한의사 선생님이셔서 설명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침 치료와 한약 치료가 병행된다. 침 맞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면 치료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 호르몬 치료보다도 내 몸에 잘 맞았다. 꾸준히 다니는 게 중요하다. 그냥 동네 한의원에 가면 ‘으아니…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라는 말로 시작해서 구구절절 지적당할 수도 있다. 그 부분이 감당이 안될 것 같으면 여성전문 한의원을 더욱 강력하게 추천한다.


한약을 먹게 될 수 도 있다. 이건 선택하는 부분인데,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호르몬 안정화’가 목적인지,  ‘임신’이 목적인지 전문가와 상담하라.


3) 정신과 치료 & 심리상담

마음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발생한 일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동반되는 여러 증상들 때문에 몸이 힘들기도 하지만, 마음이 힘들어서 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두 가지 전부 자신에게 맞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가정하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스스로 컨트롤되지 않았던 부분이 컨트롤되기도 하고 ,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추천한다. 감기가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가듯이 내 마음이 많이 병들어서 번아웃이 되면 정신과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회복되면 덜 가도 되고, 안 가도 된다. 일시적이지만 자신을 위해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심리상담 같은 경우에는 ‘가성비’가 좋진 않았다. 이것도 전문 상담사에 따라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 같은데 , 내가 만났던 상담사 분은 ‘임신은 여성에게 당연한 필수 과제고, 그것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접근해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난 임신하고 싶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해도 상담사님이 생각하는 확신 있는 포인트가 명확해서 자꾸 문제를 그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상담 한 번에 가격이 10만 원이 넘는데 … 아쉬운 마음이 컸다. 상담센터 후기를 잘 찾아보고 갔는데도 누굴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은 완전 추천이라고 하긴 애매하다.  필요하다면 도전해보세요!


4) 영양제 잘 챙겨 먹기

얼마 전 방영된 sbs 스페셜 ‘영양제 진실게임’ https://programs.sbs.co.kr/culture/sbsspecial/clip/53592/22000368782 에는 영양제 무용론을 주장했는데, 끼니에서 해당 영양소를 잘 얻지 못했던 나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좀 되었던 것 같다.

섭취했던 영양소들은 종합비타민, 칼슘 마그네슘 (골다공증 예방), 오메가 3 등이었다.

요일별 약병에 담아두고 빼먹지 않고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먹었던 약들을 소개하자면   


(1) 유산균: 람노서스 이브 유산균, 자로우 팸 도피러스 - 개인적으로 람노서스가 더 잘 맞았다.

(2) MSM : Jarrow Formulas MSM 1000mg 베지 캡슐  - 알약이 무식하게 커서 먹기 힘들었지만 식이 유황성분이 면역력과 탈모를 예방한다 해서 먹게 되었다.

(3) 루테인: 닥터스 베스트 루테인 10mg 베지 캡 - 하루 종일 컴퓨터, 핸드폰 쳐다보느라 눈이 너무 피곤해서 먹고 있다.

(4) 멀티비타민 : 센트룸 실버 포 우먼 - 종합 비타민에 칼슘, 철, 아연이 함께 들어있어 챙겨 먹게 되었다. 원래 50세 이상을 위한 여성 전용 영양제이지만 뭐, 내 몸이 먼저 나이를 들고 있어서 그냥 엄마랑 같이 이걸로 먹는다.

(5) 마그네슘 : American Health Chelated Calcium, Magnesium, Zinc 칼슘 마그네슘 아연 250정-골다공증 예방용으로 먹고 있다. 내 뼈는 소중하니까.


5) 좋다는 음식 먹어보기

찾아보면 그렇게 ‘~카더라’ 하는 식품들이 많다. 믿고 말고는 자유다. 오히려 과유불급일 수도 있다. 먹어 본 것으로는 ‘석류즙’ 시켜서 먹어봤고 ‘콩’이 몸에 좋대서 많이 챙겨 먹었다. 개인 시간이 충분하다면 약보다는 음식으로 좋은 영양소들을 섭취하는 걸 추천한다.


6) 운동하기

조기폐경을 겪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운동은 해야 하지만, 조기폐경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체력을 파악하고 운동을 통해 몸을 관리하는 게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동안 내가 ‘시도’했던 운동들을 나열해보자면   

러닝: 애플 워치와 함께 런데이라는 어플을 깔고 시작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시작하기 좋다.


수영: 비교적 오래 한 운동, 전신운동으로 체력 증진에 효과가 좋고 , 생리(정혈)를 안 하기 때문에 수영장을 빠질 일이 없다. 생리(정혈)를 할 때에는 컨디션과 양을 생각하여 생리 컵 착용 후 운동을 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염소 성분 때문에 무리가 될 수 있다. 머릿결과 피부가 안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지금은 ‘염소 제거 샴푸’도 나왔으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주짓수 : 나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 객기로 시작하여 3개월이나 다녔던 운동. 기초체력과 유연성이 있으신 분들이 시작하시길 추천한다. 맨날 앉아서 일만 하다가 주짓수를 했는데 , 정말 문자 그대로 ‘죽을뻔했다’ 힘든 것도 힘든 건데 진도 자체를 따라가질 못한다. 운동량만큼은 보장한다. '내가 운동을 쫌 하는데,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추천한다. 하지만 일단 나랑은 맞지 않아서 금방 끝이 났다.


기구 필라테스 : 정말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 몸을 돌보기 위해 선택한 운동이었다.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로 일을 하다 보니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기구 필라테스보다 맨몸 필라테스가 더 잘 맞았고 단점으로는 ‘가기가 귀찮다’와 ‘비싸다’가 있었다. 이 운동도 결국 얼마 안 갔던 것 같다.


PT (Personal Training) : PT 트레이너를 잘 만나야 한다. 여자 트레이너 선생님이셨는데, 프로그램도 잘 짜오 시고, 나한테 필요한 근육들과 운동방법에 대해 잘 지도해 주셔서 잘 맞았다. 장점으로는 운동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 이제 헬스장 가서도 ‘뭐 이 정도쯤은’할 수 있다. 내 몸에 부족한 근육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가격 부담과 , 내향 인간에게 헬스장이란 너무 부담스럽고 개방된 곳이라는 것이다.


홈트레이닝 : 위 과정을 거쳐서 결국 정착한 게 홈트레이닝이다. 이제 나에게 부족한 점과, 내가 자주 아픈 곳 , 약한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나 NTC(Nike Training Club) 어플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다. 홈트레이닝이라고 해서 매번 지루하게 하진 않고, 요가, 유산소와 근력운동, 필라테스 등 골고루 섞어서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필라테스의 경우 매트, 튜빙밴드, 짐볼, 덤벨, 폼롤러 정도만 있어도 다양한 운동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진행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홈트레이닝 특성상, ‘나의 의지’가 중요하다. 내가 안 하면 무기한으로 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홈트레이닝에 만족하고 최소 주 3일은 내 몸을 돌보는 일을 한다. 강제성이 없음에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몸이 한결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추천하는 유튜버 : DOPE YOGA

https://youtu.be/nIA3 zXO1 Fgw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체력을 관리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은 조기폐경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특히 ‘골다공증’ 관리, 심장질환 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 칼슘 섭취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통해 근력을 확보해야 한다. 조기폐경이 단순히 생리(정혈)만 안 하는 게 아니다. 호르몬의 수치가 변화하기 때문에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더 크다.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7)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잘 챙겨 먹기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기운 빠지지 않게 하는 거 정말 중요하다.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면 없던 우울도 올라온다. 매번 근사하게 차려먹을 필요는 없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끼니를 거르지 않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갖춰 먹자.

영양소가 있어야 운동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나는 입맛이 까다롭고 밥 대충 먹는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일부러라도 더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8) 정기검진 잘 받기

일반 정기검진은 1년에 한 번씩은 꼭 받고, 산부인과 정기검진은 분기에 한 번씩은 가는 걸 추천한다. 조기폐경으로 동반되는 질환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비할 수 있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반응도 다를 것이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산부인과는 갈 때마다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굴욕 의자도 짜증 나고 검진 과정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학이 발전해서 굴욕 의자가 개선될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참고 ‘여성 의사 선생님’이 계신 산부인과에서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자. 마음이 좀 편할 것이다.


9) 좋아하는 것으로 리프레쉬 하기

취미 활동이 될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여행과 스쿠버 다이빙 자격 취득이 이에 해당된다. 혼자 가는 여행도 매번 색다르고 편안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도 있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 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인다.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심각한 생각들은 사라진다. 인스타 감성 사진 꼭 찍지 않아도 괜찮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여행해보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취득은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숨 쉬는 것이 어색하고, 그렇게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게 두렵긴 했지만 극복하고 나니 성취감이 굉장하고, 바닷속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제 어떤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펀 다이빙’이라는 옵션을 생각할 수 있으니 더 뿌듯하다.

혼자 도전하기 어렵다면 친구랑 함께 해도 좋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 할 수 있는데 주저주저했던 것들을 생각해보고 도전해보자.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에 더 주목해주자. 좌절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아까우니까.


10)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마인드 세팅   

인정하는 마음 :  일단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내 약한 부분은 이 부분이구나’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되고 그냥 내 삶의 일부라 생각하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 같이 사는 가족들이 있는 경우에는 가족들까지 아는 게 좋다. 굳이 동네방네 나의 상황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 꼭 말하고 싶어 미치겠으면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말해라.


둔감해져라: 나는 예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데, 조기폐경에 있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둔감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라 생각하고 깊이 파고들면  땅굴 파고 들어갈게 분명하기 때문에, 내 일상의 루틴에 집중하면서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은 넓고 아픈 사람은 많다 : 우리는 호르몬 문제를 겪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넓고 아픈 사람은 많다. 극복하는 사람도 많다.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것에 감사하자.



11) 페미니즘 공부하기

타이밍이 참 잘 맞았던 것 같다. 내가 조기폐경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대한민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정말 크게 움직였다. ‘강남역 살인사건’, ‘불편한 용기 - 불법 촬영 규탄 시위’ 등 일련의 사건들을 지나고 나니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 하게 되었다.

페미니즘을 통해서 많은 위로와 실 생활에 변화를 느낀 사람으로서 내 삶에서 바뀐 것들을 소개하자면,


탈코르셋 : 탈 코르셋을 통해서 디폴트로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화장을 하지 않아도 , 머리가 길지 않아도 ,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점, 실용적인 옷을 입고, 소비를 통제하기가 수월해졌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시간관리: 뭔가 해보려는 시도를 계속하게 된다. 버리는 시간보다.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하고, 이 글을 작성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자기 긍정: 내 몸을 전통적인 ‘여성성’에 비추어 봤을 때는 ‘하자 있는 사람’이다. 옛 정서로는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는 출산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몸을 ‘자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포궁’ 일뿐이고 포궁과 호르몬이 약해서 병원을 다니는 것뿐이다.


지금, 여기 (Now, Here)에 집중: 사회가 나에게 규정하는 각종 사회적 역할보다 ‘나 자신’으로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자. 우린 앞으로 살 날이 더 많고, 해야 할 일이 많다. 과거에 머물러 있지 말고 나 자신을 돌보고, 세상을 바꿔가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너무 많이 후회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시작하는 거다.


작은 성취를 이루며 살기 : 글을 쓴다던지, 주변을 정돈한다던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던지, 뭔가 해내는 경험이 필요하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나를 돌보고 내 삶에 투자하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적립하는 게 중요하다. 나를 아껴주는 것은 결국 남이 해줄 수 없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지지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작은 성취마다 ‘와!!! 해냈다!!!’하고 기뻐해 주자. 자존감은 적립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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