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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Apr 13. 2022

공감능력최고+이타주의자인 INFJ?

정말이지 바빠서 환장할 것 같다.



나는 출산을 영국에서 하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했다.

그 이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유산을 두 번이나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에도 어째선지

제대로 관리를 못한 채 지나가버렸다. 아니면 유독 손목 뼈대만 다른 곳에 비해 약해서인지,

출산 그 이후 언젠가부터 손목이 자주 아팠다. 여러 이유가 겹쳐 일어난 일이겠지만,

그저 스마트폰 중독이 불러온 참사겠거니 하며 참을만한 수준의 통증이라 가벼이 여기고 지나갔었는데,

최근에는 정도가 심해져 저녁 무렵이면 젓가락질을 하는 것조차 버거워져

처음으로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손목은 아파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손목을 쓰지 않고 쉬게 해 주면 저절로 조금씩 나아진다.

내가 손목을 쉬게 해 줄 틈 따위는 1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무명의 신인작가.


앞선 두 권의 책을 말아먹다시피 한 작가.

 삼세번 이랬다고, 이번만은 잘해보고 싶은데, 요즘 출판계에선 출간 계약할 때 작가의

SNS 팔로워 숫자까지 알아본다고 한단다. 팔로워나 팬의 숫자가 책의 판매와 직결되는

그런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인별 그램의 팔로워는 약 970명, ‘인플루언서’ 급은커녕,

작가나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중에서도 널리고 널린 수준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꾸준히, 성실하게 피드를 업데이트하여 팔로워를 늘려나가야만 했다.

많을 때는 하루 3~4건의 피드를 꾸준히 올리고, 일일이 대댓글을 달며 계정을 관리했다.

물론, SNS를 열심히 하는 것은 ‘키보드워리어’인 나의 성격과 매우 잘 맞는 일이라

가끔 힘들기도 했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이외의 것들이었다. 

나는 이제는 정말 원고를 쓰거나, 집안일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수준이 될 최후의 순간까지

그 모든 것을 미뤄두고 스마트폰을 잡고 있기 일쑤였다.

 그 작은 화면 속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너무도 많았다.      


얼마 전 남편과 싸웠다며 새벽녘까지 길고 긴 카톡을 나눴던 친구는

그 이후에 내가 조언해준 대로 과연 남편과 잘 화해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했는지

궁금해서 체크해야 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으신 양가 부모님의 상태는 괜찮으신지도 반나절 간격으로 체크해야 했다.


 소소한 내 부탁을 들어줘서 너무나 고마운 친구에게 커피 기프티콘이라도 챙겨 보내야 했다.


몸이 안 좋아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몇 달에 한 번씩 올라오는 또 다른 친구가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오긴 오는 것인지 궁금해서 또 물어봐야 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기도 했다.


얼마 전 둘째를 낳은 친구에게도 뭔가 작은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자금 사정은 넉넉하지 않아서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을 전할 만한 선물을 검색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어제 나에게 뭔가 물어봐놓고는 대답해주자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 그 이후의 카톡이 없는 친구는,

혹시 내가 한 말 중 미세한 어떤 부분이 기분을 상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카톡 내용 전체를 다시 읽어봐야만 할 것 같다.



열거한 것 이외에도 마음 써야 할 일이 어찌나 많은지 적은 것들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그 모든 마음 쓰이는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처리해야만 내가 진짜로 해야만 하는 일,

예를 들어 내 본업인 가정을 돌보는 집안일이라든지, 글 쓸 시간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라 더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통의 많은 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나는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시간, 이렇게 혼자 고요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하루 24시간을 필사적으로 다른 것들을 쳐내며, 마음을 정화시키고,

고요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음을 최근 깨닫게 되었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늘 이런 상태로 살아왔기에, 모든 사람이 나처럼 사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이런 피곤하기 그지없는 기질을 갖고 태어났는데, 모두에게 이 정도 수준의 ‘남일 먼저, 오지랖 먼저, 내 일은 제일 마지막에.’ 이런 우선순위가 디폴트 값인 줄로만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면 그걸 먼저 해두고 다른 사람을 돌보거나,

‘덜 중요한 우선순위의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항상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워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결국은 해야만 하는 일은 마지막에 가기 일쑤라, 개미 똥만큼 남은 체력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모아 겨우 해내곤 하는 것이다.      



나에겐 친구가 속상하지 않은 일도 너무나 중요하고,

아이가 요즘 잠자는 시간이 조금 늦어진 일도 너무나 중요해서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고,

남편과 특정 논쟁이 생겨 사이가 안 좋아지면 그것들을 해결하느라, 진짜 내 일은 뒷전이 돼버리곤 한다.  

    

정작 주변인들에게 나의 관심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다지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내가 일일이 챙겨봐 주거나 도와주지 않아도 당연히 모든 일이 잘 될 것임을,

혹은 일일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감정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저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사이도 많음을,

나는 왜 이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까.


인간관계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가 결코 아닌데

왜 나는 그것을 전부인 양 항상 생각하고 때론 그런 것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걸까.

남 일에 조언은 실컷 잘해주고 상담사가 되어주지만, 쟤 일은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결정도 못 내리고 괴로워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일은 훨씬 쉬운데 나를 제대로 보고 다스리는 일은 왜 이다지도 힘든가. 이 끝나지 않을 고통은 인프제가 가진 영원한 숙명인가.....     

이런 것도 MBTI 중 INFJ 유형의 특징이라고 한다.


MBTI 몰입은 매우 위험하지만 나의 몰랐던 성격이 왜 그랬는지 꽤 많은 부분 설명을 해주기도 해서

오히려 나는 도움을 많이 받은 쪽인 것 같다. 

왜 그랬는지 약간은 설명이 되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서는 안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행복해지는 길인지 방법을 알게 되었달까.

뭐든지 과하면 과유불급이지만, 적당히 내 삶에 좋은 부분은 취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좋은 영향을 미치게끔

바꿀 수 있는 것도 개인이 가진 역량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poomang 심리테스트 '오즈의 마법사'를 해보았는데 정말

나랑 비슷한 '용감하지만 유리멘탈'인 사자가 나와서

당황ㅋㅋ성격 설명이 꼭 infj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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