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식빵 May 19. 2022

장미가 아니면 어쩌나.

장미. 지구. 우주.

5월 중순.

가는 곳마다 장미가 만발.

오늘 문득 어느 아파트 단지를 따라 만개해있는 새빨간 장미들을 보며.. 생각했다.


꽃들의 여왕 장미.

5월의 주인공.

화려한 아름다움.


내 인생의 장미 철은 아직 오지 않았나 보다.

나의 장미는 아마 늦가을 즈음에나 피려나보다.

봄이 아니라 가을이라면..

장미가 아니라 국화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런데 국화도 아니라면 어쩌지?

평생을 기다리며 달려왔는데 그제야 내가

장미나 국화나 아니라 이름 모를 풀꽃이거나 아니면 그저 풀'잎'이면 어쩌지?

바람에 흩날려 다니기만 하다가 싹도 틔워보지 못할 민들레 씨앗이면 어쩌지?

답을 지금 알 수가 없으니 그저 열심히 살아보아야 하는 걸까?


내가 그저 씨앗이기만 한 거라면..

장미 철을 기다리긴커녕. 그저 싹이 될 가능성을 선물해줄 바람이라도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면.

그때서야 깨닫게 될 그 깊은 슬픔을 나는 어찌 감당하지?


.............


그래도 피워보려고 노력했으니 나는 괜찮을까?

그거면 될까?


꿈에도 플랜 B가 필요한 걸까?



플랜 B라도 이루면 나는 몇 퍼센트 정도 행복할까?




장미는 내년 5월에 또 피겠지만.

한 번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으스러져 가는 삶이 얼마나 많은가.

단 한 번도 의미를 가져보지도 못한 것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이 모든 생각들이 나를 덮치는 날이면 나는 그저 아득한 우주 속에서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흘러 다니는 존재가 된 것 같다.


-이때 떠오른 그림-






이자연 작가님의 인스타를 팔로하고 있는데 그분이 잠시 우울+불안할 때 친구가

"난 중력 때문에 안정감을 느낀다."는 말을 해줬다고 한다.


무릎을 탁 쳤다.


나에게는 그래도 중력이 작용하니까 나는 최소한 이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우주에서

지구라는 단 하나의 별에 소속되어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구인이다.

그것만으로 내가 살아가고, 또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그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장미를 보다가 또 우주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병은 죽을 때까지 못 고칠 듯하다.








이전 07화 공감능력최고+이타주의자인 INFJ?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