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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Aug 26. 2024

14화. 이거 1층에 스타벅스 있는 빌딩이야!

이 상가..갖고 싶다....


매달 임대료를 받는 삶은 어떨까? 상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멋모르고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빚더미에 앉았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여러번 보기도 했다. 몇 달 전 경매 공부를 시작해 이제 막 빌라 하나를 낙찰받았을 뿐인데 상가에 도전하겠다는 민준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민준은 휴직 후 잠시라도 쉬고 있는 시간을 못 견뎌했다. 무엇이든 하고 있어야 초조한 마음이 좀 잊힌다고 했다. 그의 고질병인 조급증이 도진 것이리라.

민준의 친구 중에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항상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오면 의욕도 생기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는 친구라고 했던 친구였다.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며 저녁 무렵이 다 되어 길을 나서며 말했다.    

  

“나, 정민이 만나러 간다. 말했었지? 정민이랑 부천 상가 한번 같이 가보려고. 말하니까 같이 가주겠다고 하더라고. 다녀올게!”      


밤늦게 돌아온 그는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     


“아, 거기 왜 계속 유찰되고 공실이었는지 좀 알겠더라. 저층은 공실이 아닌데, 위쪽으로 갈수록 빈 데가 너무 많아. 경매 나온 데는 복층구조라서 사무실로 쓰기도 애매하고,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더라... 게다가 그 층 전체가 아예 다 비어있더라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무리 싸다고 해도 답이 안 보여. 이건 입찰 안 하는 게 낫겠어”     


그의 상가물건 찾기는 계속되었다. 하루종일 경매정보사이트를 뒤지고 또 뒤지며 전국의 경매 나온 상가들을 보고 또 봤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쓸만한 평수의 상가는 넘볼 수 없는 가격이었기에 그래도 부딪혀 볼만한 가격의 전국의 물건을 다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울산의 한 상가 건물에 단단히 꽂히고 말았다. 나의 귀는 이제 울산 이야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울산. 울산. 울산.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그 상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울산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고 당연히 도심지가 어딘지, 상권이나 학군 같은 건 어디가 좋은지 따위는 아무것도 몰랐다. 


“수연아, 이거 진짜 괜찮은 거 같아. 아~ 진짜 너무 멀어서 그렇지. 한번 직접 가서 보면 좋겠는데... 이게 감정가가 7억이 넘는 메디컬빌딩에 있는 물건인데, 요즘 사람들이 상가 경매 잘 안 해서 그런지 유찰이 여러 번 돼서 3억대까지 떨어졌어! 이거 무려 1층에 스타벅스가 있는 빌딩이야! 이건 진짜 확실한 상권이라고!”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물건은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지에 있는 10층짜리 메디컬 빌딩의 8층 상가이며, 몇 년간 요가원으로 쓰이다가 현재는 공실로 비어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층은 대부분 병원들로 채워져 있고 공실도 없어서 낙찰받기만 하면 병원이든 뭐든 임대 놓기 좋을 것 같다며, 이미 어떤 임차인을 받으면 좋을지, 월세는 얼마 받으면 될지 희망회로를 잔뜩 굴린 뒤였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밀했다. 몇달 간 공실 상태일 경우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이며 관리비며 다 계산해보고, 인터넷을 뒤져 층별 대략적인 월세도 알아낸 데다, 채권자인 은행의 채권추심팀 팀장과 통화도 했단다. 이걸 3억대에 받을 수만 있다면 대박인 게 분명한데 행여 낙찰이 된다고 해도 이미 있는 대출에 3억 가량을 더 낸다는 것은 너무 큰 모험이라 한 번 더 유찰되기를 기다려야겠다고 했다. 나는 아직 낙찰받지도 않은 상가가 이미 우리 것이 된 것마냥 온갖 부정적인 상상회로를 굴리고 걱정의 걱정을 보태며 그걸 꼭 해야겠냐고 초를 쳤다.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간이었다.


"그거 진짜 꼭 해야겠어?? 상가는 공실이 진짜 무서운 거 아냐? 주택이랑은 너무 다른데... 감당이 될까? 나 너무 무서워..."


나의 끝없는 걱정과 아직은 좀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격대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민준은 입찰을 포기했다.

한편 낙찰받은 빌라를 바로 되팔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우리는 기존의 주택담보대출에 빌라에 대한 대출까지 더해져 매달 계속해서 이렇게 이자를 내는 것이 생활에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민준의 육아휴직으로 수입은 극도로 줄어들었는데, 지출은 더 많아졌으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 무렵 몇 년간 전국적으로 하락장에 답보상태이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신축 3년차에 접어든 우리 아파트 가격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2년 실거주 숙제를 끝내고 집을 파는 다른 입주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축 아파트의 첫 손바꿈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거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보, 우리 이 집 전세 주고 이사 갈까? 완전 새거인 내 집에 살다가 구축 더 좁은 데로 가면 좀 슬프긴 하겠지만... 살다 보면 적응될 거야. 당장 팔기는 좀 아까운 것 같고. 2년 동안 돈 좀 아끼면서 참고 살아보자. 어때?”   

  

“그래.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마침 전세 가격도 오르고 있으니까. 전세 주고 주담대 갚으면 매달 내던 게 줄어드니까 훨씬 나을 것 같아.”


몇달새 급변한 부동산 시장에 전세를 내놓자마자 금세 집이 나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전세계약을 맺고 우리가 이사 갈 집도 알아보았다. 예산이 한정적이었기에 많이 돌아다니며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갈만한 곳은 정해져 있었고,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었다. 이사 날짜는 한 달 반 뒤로 잡혔다.


일주일새 갑자기 큰 결정들을 했더니 우리 둘 다 크게 지쳐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한두 달에 한 번씩은 멀지 않은 국내 어디라도 여행을 다녔었는데, 민준이 육아휴직한 후로 서너 달을 쉬지 않고 달린 것 같았다. 우리는 강원도로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는 사이 민준이 눈여겨봤던 울산 상가의 경매기일이 지나갔고, 상가는 한번 더 유찰이 되어 최저입찰가가 2억대로 떨어졌다. 지난번 최저입찰가인 3억 6천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한번 더 가격이 떨어져 2억대가 되자 공부로 삼겠다던 민준은 다시 눈이 돌았다. 울산에 직접 가서 보고 와야겠다며 어느 날 갑자기 울산으로 떠났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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