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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Jun 14. 2021

너무나 어려운 너의 장점 찾기

'사이좋게 삽시다'

이른 아침, 인스타그램에 여섯 살 딸아이를 칭찬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팔불출 글을 하나 올렸다.

그러고 돌아서니 귀여운 내 새끼 칭찬하고, 그녀의 장점을 찾는 일은 이다지도 쉽고 즐거운 일인데, 남편의 장점 찾기란 도대체 내가 해본 적이나 있나 싶은 마음이 문득 드는 것이다.

하... 하하......


세상에서 가장 쉽고 뿌듯한 것이 자식 자랑이라, 딸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 같은 분야, 귀여운 성격 뭐 이런 걸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아이가 막 말을 하기 시작하고, 숫자 1,2,3~10이라도 세기 시작할 세네 살이 되면 모든 부모들은 아마도 한 번쯤은 (솔직히 말해서) '내 새끼가 천재는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언어발달 정도뿐 아니라, 그림이나 노래 등 특정분야에선 더욱 그럴 것이고.. 그 반짝이는 기대는 2-3년 안에 혹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와장창 깨지기 마련이지만...ㅋㅋㅋ 사춘기에 접어들면 '저 화상'이 그냥 학교에서 왕따나 당하지 않고, 어디서 맞고 다니지나 않고, 몰래 숨어서 술 담배나 안 했으면 하는 수준으로 기대치가 낮아질 것이다.


고질병인 삼천포로 빠지기가 진행 중이다.

(후다닥)


나는 '나의 장점 찾기'도 매우 잘하는 편이다. ㅋㅋㅋ

내가 어떤 걸 잘하는지 매우 분명하게 알고 있다.(혹은 그렇게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다. 공부나 요리, 운동과 같은 어떤 능력치에서 뿐 아니라, '싹싹하게 말하기'라든지 성격의 분야에 대해서도 잘하는지 잘못하는지 잘 아는 편이다. 예전에는 나의 장점 찾기도 잘 못해서 항상 침울하고 '난 못해.'를 입에 달고 사는 답답한 성격이었는데 많이 고쳐진 편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나의 평생 동반자로 낙점한 이 남자에 대한 장점 찾기를 잘했다면 우리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칭찬 한 마디와 궁디팡팡 한 번이면 뭐든 다 잘할 남자인 걸 아는데도 왜 그렇게 못해준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결국은 또 그것 또한 돌고 돌아 남편이 나에게 못해준 탓이라는데 결론이 이르고, 결국은 또 남 탓을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남편이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멋진 남편이든 아니든, 모든 변화는 나에서부터 출발하면 되는 것인데. 남 탓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그 단순한 진리를 왜 몰랐을까.

내가 열심히 칭찬해주고, 나 스스로 먼저 변하고, 내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남편이 저절로 변할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은 그냥 남편이 못난 사람일 까닭이지 나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내입맛에 맞지 않은 남편을 변하게 하느라 혼자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고, 그것은 그저 그 사람 본인의 문제인 것이다.

그 사람 스스로 깨닫고 변화해야 할 영역의 문제인 것이다.


타고난 키보드워리어기에 이런 깨달음을 얻고 글로 써놓아도 얼마나 실천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반 걸음 정도는 나아진 나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반의 반 걸음 정도는 진보된 남편의 모습도 기대해보며.

오늘은 아름답게 마무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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