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아가게 한 말이 있다. 내가 농담처럼 가볍게 여겼으나 나의 가치가 의심될 때 내 안에 고개를 내미는 작은 말이 있다.
별거 아닌 일에 어리광을 부렸을 수도 있다. 습관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두 손에 힘이 죽 빠지고 손안에 있던 모든 것이 또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런 나에게 내 오랜 친구가 말했다. 몇 년을 알았어도 변하지 않는 공손한 존댓말로.
“새싹에게는 저력이 있어요.”
저력이 무엇인가. 검색을 해보니 속에 간직하고 있는 든든한 힘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막내딸, 어딘가의 신입, 어떤 일의 보조, 아무도 맡지 않아 등 떠밀려하게 된 직책 등 건실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과는 반대였다.
마르고 왜소한 체격, 어려 보이는 외모, 약한 체력도 나를 무언가 못 미덥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나의 친구는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나는 ‘힘이 없고 약한 존재’였다. 어린아이와 비교해도 나는 여전히 약한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넌 너무 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야. 어디에서 뭘 해도 제대로 할 수 없을걸. 네가 너무 약하니까.’
나는 친구의 그 말을 마음에 담았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 년. 그 말은 굉장히 강해서 실제로 내가 그러한 힘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검증하게 만들었다.
검증해 본 결과 나는 약하지 않았다. 여의도까지 13시간을 내리 걸었던 적도 있고 아무런 준비 없이 참여한 5km 마라톤도 완주했다.
나는 내 의견을 똑바로 말할 수 있었고 내가 맡게 된 직책들에 책임감을 갖고 일했다. 언젠가 나를 그 직책으로 불렀을 때 부끄러움보단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는 나를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보이는 것과 달리 강하고 당차다고 했다. 왜 나에게 이 업무를 맡기냐고 조심스레 물었을 때 ‘잘해줄 거라 믿기 때문’이라고 답을 듣기도 했다.
나는 약한 게 아니었다. 약하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었다. 못 미덥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크게 자라 버린 그 생각은 나를 두렵게 했고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새싹아, 너에겐 저력이 있어. 네가 약하고 작아 보일 때에도 네 안에 힘이 있어.”
내가 아주 힘들어 넘어지고 좌절할 때에도 그 말은 내게 속삭였다. 그 말은 내 안에 남아서 나를 살렸다. 나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게 했다.
단 한 사람의 믿음이 나를 살렸다. 오랜 시간 넘어져 있을 것도 눈물을 닦아내고 일어서게 했다. 누워 있을 것도 앉아 있게 만들고 다시 일어서 있게 만들었고 일어나 걷고 뛰어 가게 만들었다.
새싹이는 저력이 있어.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단단한 힘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