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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Jul 24. 2024

묵묵하게 걸어가는 삶의 길

아빠의 튀어난 입은 오랫동안 용접을 하는 마스크 자국으로 더튀어나왔다고 하셨다.

이따금 용접을 하다 눈에 무언가 잘못되어 시뻘게 지곤 하셨다.

늘 땀에 흥건히 젖은 작업복 이따금 옷에는 불똥이 튀어 구멍이 나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타며 출퇴근하는 아빠의 머리키락은 그렇게 늘 눌려있었다.

아빠는 오랫동안 용접을 하는 용접공으로 평생 살아오셨다.


농고를 나온 아빠는 공무원이 되고자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의외의 공부이야기는 내가 보는 아빠는 공부랑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인데 말이다.

없이 사는 삶속에서 1남 4녀의 외동아들은 그렇게 아들이라는 이유로 맞지 않는 공부를 하신듯하다.

2년의 노력에도 붙지 않는 시험을 뒤로하고 아빠는 현대조선소 지금의 현대중공업 용접공으로 오랫동안 일을 하셨다.

현장노동자의 삶을 살아온 아빠의 삶

아빠의 삶을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냥 아빠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묵묵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오고가는 시간들이 쌓여 지금이 나이가 되셨다.


몇해전 아빠는 현장에서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향하는 일이 있었다.

아빠는 다행스럽게도 큰 사고는 아니였다는 안도감도 뒤로한 채...

나는 아빠의 안전화와 아빠가 벗어둔 작업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불똥이 튀어 약간의 구멍이난 옷과 그리고 아빠의 삶이 보여지는 안전화는 그동안 무덤덤한 딸의 눈가에 눈물을 보이게 만들었다.

아빠의 사고 이후, 나는 아빠를 다시금 보게 되었다. 아빠는 단순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그 일을 통해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아빠의 삶은 그 자체로 존경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동안 삼남매를 키워온 아빠의 삶을 감사하게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아빠의 직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늘 늦은 귀가 그리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아빠, 쉬는날이면 잠을 많이 주무시는 아빠는 묵묵하게 우리 가족의 삶을 지켜주셨다. 아빠는 말없이 그저 묵묵히,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하셨다.

아빠의 이러한 모습은 지금의 내가 많이 닮아 있다. 오랫동안 일을 하는 근면 성실한 모습의 나. 맡은 나의 일을 묵묵하게 해나가고 있는 것은 아빠가 말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보았다. 무더운 여름날, 마스크와 두건을 쓰고 보호안경과 갑옷 같은 옷을 입은 용접공의 모습이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안쓰럽고 직업의 귀천을 생각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삶 속에 담긴 그 사람의 힘이 보인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그 모습은 아빠와 닮아 있었다. 

자신의 삶에서 묵묵히 살아간다는 것. 그만큼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다독이며 살아간다는 것. 그 어떤 자리에서도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 그것이 각자의 삶이고, 그 삶 속의 의미다. 아빠의 삶을 통해 나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배웠다. 그리고 그 가치를 잊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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