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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Aug 22. 2024

좋은 배우자를 못 고르는 이유

1. 이혼 사유

요즘 돌싱들이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 다들 이혼 사유를 이야기할 때 상대 배우자가 정말 이상하거나 나쁜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상대 배우자도 어디 가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런데 왜 애초에 그런 배우자와 인생을 함께 하기로 작정했을까?

평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하면 눈을 크게 뜨고 좋은 사람을 골라야 당연한데. 그럼에도 마음의 끌림에만 의지했나?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정도의 배우자를 골랐던 그 이유가 뭘까.


2. 유책 배우자 프레임

오랫동안 생각해보았다.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혹은 '상대에게 속아서?'

어떤 때에는 내가 아내로서 부족했나 자책도 했다가, 또 어떤 때에는 내가 속았고 억울할 뿐이라고 원망도 해봤다. 법적인 이혼 과정에서 더욱 이런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증명해야 끝나는 싸움이기 때문에 집착적인 에너지로 상대의 잘못을 찾아내게 된다.

하지만 법적 판단과 별개로 한 사람의 결혼 생활 실패 사유가 꼭 피해자와 가해자의 프레임으로 이해될 필요는 없다. 이혼이 인생의 상처로 남지않고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하나의 사건이 되길 바란다면 더욱 그렇다. 그보다는 과거의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차갑게 직면하고, 스스로가 지나온 길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보다듬어 주는 것이 더 득이다.


3. 공들여 선택하지 않은 이유

나는 내가 배우자를 '잘못' 고른 것이 아니라 '대충' 골랐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잘 고르는 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잘 고른다는 걸 속물처럼 조건을 따지라는 것으로 오해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통통한데 자기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주눅들어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예쁜 옷을 기가 막히게 잘 고른다. 하지만 주변에 보면 날씬하고 예뻐도 자기 취향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몸매가 예쁘다고 취향도 예쁜 건 아니니까.

또, 일상을 꾸미고, 집에서 보내는 휴식의 시간을 음미할 줄 아는 친구는 작은 의자 하나를 사더라도 안락함을 상상하며 공들여 고른다. 하지만 돈이 많아도 쉬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상상의 기쁨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가구의 겉모습과 가격을 따지는 것 외엔 따질 줄 모를 밖에.


관계도 마찬가지이더라. 내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성격은 예민한지, 급한지, 아니면 어떤 대화를 좋아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면 사람도 되는대로 만난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사람이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면 그럭저럭 결혼해서 살 수 있다고 쉽게 판단한다.


상대가 철저하고 완벽한 사기꾼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만 지속되는 관계도 있고, 노력할수록 비참해지거나, 시도할수록 좌절만 쌓이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염두하지 못할 정도로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4. 결론

그러니까 이상한 배우자를 고르는 것은

1) 자기 인생에 대해 고민하여 최선의 선택을 내릴만큼 생각이 부지런하지 못하고 대충 골랐거나

2) 자기 취향과 애호를 돌보고 아낄만끔, 스스로에게 깊은 관심이 없고 무심했던거다.

3) 아니면 무언가(일, 돈, 사랑, 가족 등)에 대한 결핍이 너무 커서 위 두 가지 감각을 모두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이제와서 복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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