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즌 1〉
주인공 파이퍼는 두 세계에 산다. 첫 번째 세계에서 그녀는 이성애자 여성이다. 백인 특권층에서 자란 그녀는 로맨틱한 작가 지망생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며, 자기 사업도 성장시키는 중이다. 그러나 두 번째 세게에서 그녀는 레즈비언이다. 젊은 시절 애인의 부탁으로 국제 마약조직의 마약을 운반했던 그녀는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감옥에 수감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즈비언 전 애인을 만난다.
백인 특권층의 세계와 감옥 안의 세계. 이는 합법과 불법, 백인과 유색인 등 파이퍼를 둘러싼 위계적인 세계'들'의 상징이다. 그중에서도 이성애와 동성애가 핵심이다. 이성애가 특권이라면, 동성애는 불법이다. 드라마는 감옥과 그 바깥이라는 선명한 대비로 섹슈얼리티의 위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자신의 자리가 백인 특권층 이성애자의 세계라 확신했던 파이퍼는 점차 흔들린다. 감옥에서 자신이 '청산'했다고 생각한 레즈비언 정체성을 다시 마주하면서다. 평온한 세계와 대비되는 감옥에서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미친년' 정체성도 되찾는다. 감옥 바깥세상과의 연결은 점차 약해진다.
요컨대, 위계적인 두 세계의 대립 속에서 파이퍼는 점차 '더 낮은' 세계로 미끄러져 간다.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그가 전혀 섞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사람들과 관계 맺고 스스로가 억눌러왔던 모습을 마주하며 약간의 해방감도 맛본다.
여기서 드라마의 질문이 나온다. 파이퍼가 어느 세계에서 더 자유로워 보이는지, 감옥과 그 바깥으로 상징되는 동성애와 이성애의 위계는 과연 올바른 것인지. 드라마의 다음 시즌은 보지 않을 것이어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순진할 정도로 투명한 두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에서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