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와 루이스〉(1991)
1991년에 나온 〈델마와 루이스〉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영화다. 지금 와서 보면 다소 어설픈 이음새도 보이나 이 영화엔 결함을 뛰어넘는 강렬한 서사가 있다. 우리는 '남성 살인'에 여성의 저항 서사를 새겨 넣은 〈델마와 루이스〉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빚졌다.
짧은 여행길에 오른 델마와 루이스는 한 술집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루이스가 델마를 강간하려는 남자를 총으로 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찰에 자수하는 대신 도망가기를 택한다. 언젠가 텍사스에서 겪었던 경험으로 인해, 루이스는 경찰이 여자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델마의 행위가 결코 정당방위로 인정될 리 없다는 것과 함께.
그런데 이상하다. 도주 과정에서 상황이 악화될수록 델마와 루이스의 해방감은 커진다. 델마의 말마따나 둘은 ‘그 어느 때보다 깨어있는 느낌’이다. 루이스의 살인에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가 죽인 건 강간범뿐만이 아니다. 루이스는 지금껏 자신들을 가둬왔던 사회를,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 경찰을, 속박을 깨고 나오는 것에 대한 내면의 두려움을 총으로 쏘았다.
남자를 죽임으로써 해방되는 여자 이야기는 그 후로도 이어졌다. 〈킬 빌〉(2003)부터 〈레이디 맥베스〉(2016), 〈와이 우먼 킬〉(2019), 〈킬링 이브〉(2020)까지. 여자들은 남자를 죽임으로써 자유를 찾거나 자신만의 세게를 건설했다. 이들에게 살인은 해방의 은유다.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선택이 자살이 아닌 자유의 연장으로 독해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수많은 여성 서사가 델마와 루이스가 몸을 날린 그 푸른 하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즉 델마와 루이스는 저항적 여성 서사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들은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들만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활용될 아이를 낳는 대신 저항하는 여성 서사를 낳았다. 여자들이 남자를 죽이지 않고도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