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데드 투 미〉 시즌 1, 2
*이 글에는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여자가 있다. 한 명은 아이를 낳아 정상가족을 이루는 게 인생의 목표인 주디다. 또 한 명은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젠이다. 우연히 만난 이들은 서로의 불행에 공감하며 친구가 된다.
문제는 주디와 젠이 서로의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이다. 젠의 남편을 죽인 뺑소니범은 주디고, 주디가 애착을 끊어내지 못하는 전 애인 스티브를 죽인 건 젠이다. 하지만 주디와 젠은 끔찍한 진실을 안 이후에도 우정을 깨지 않는다. 그 남자들의 죽음으로 또 다른 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다.
젠의 남편은 그녀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가슴 절제술을 한 이후로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젠은 더 이상 남편에게 '여자'로 인식되지 못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파탄난 관계를 이어간다. 젠은 남편이 죽고 나서야 자신이 잘못된 곳에 에너지를 쏟아왔음을 알게 된다. 물론 슬픔도 크고 현실적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젠은 주디와 함께하는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주디는 아이를 낳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으나 다섯 번이나 유산했다. 게다가 의사로부터 임신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도 듣는다.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전 애인 스티브가 죽은 이후 다른 세계를 만난다. 자신을 존중하며 사랑해주는 레즈비언도 만났고, 젠의 두 아들은 주디를 믿고 의지한다. 이제 주디에게 중요한 건 '정상가족' 아니라 젠과의 우정에 기반한 '대안가족'이다. 그것이 주디의 새로운 토대가 된다.
그래서 젠과 주디는 자신의 남자를 죽인 서로와 계속 같이 산다. 서로의 존재가 기존의 문제적 욕망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젠과 주디의 살인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안겨줬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곳으로 그들을 인도해주기도 했다. 남자들의 죽음은 지금껏 현재를 몽땅 투자한 대상이 오히려 불행의 근원이었음을 깨닫게 해줬다. 즉 젠과 주디는 서로의 살인을 매개로 자기 욕망과 에너지를 투여할 새로운 대상을 찾는다. 두 번째 욕망의 대상은 이전처럼 그들의 존재를 갉아먹지 않는다.
죽고 못 살던 남자가 죽어도(사라져도), 여자들은 산다. 젠과 주디처럼 때로는 더 좋은 삶을 산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불평등한 젠더 권력에 놓인 이성애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지지해주는 관계였다. 범죄, 스릴러, 코미디 요소가 절묘하게 섞인 드라마 〈데드 투 미〉의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