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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Nov 02. 2021

삼겹살이 만 오천 원이요? 만원에 뒷고기 먹을래요...

촌스러워 보여도 전 좋은데요 #02

    1인분 15,000원


요새 돼지고기에는 금을 발랐나... 고깃집에 가면 기본 1인분 가격이 15,000원을 상회한다. 그것도 평균 시세지 핫플레이스인 홍대, 강남, 연남동 등에서는 2~3천 원 정도 가격이 더 붙는다. 또 고기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소주라도 한 병 시키면 일반적으로 4천 원, 핫플레이스에서는 1천 원 정도가 더 붙는다. 고기에 소주 한 잔 하려면 대략 2만 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고기 양도 적어서 1~2인분 정도를 더 추가해서 먹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볶음밥도 시키고, 된장찌개도 시키고, 냉면도 시키고 해서 배부르고 얼큰하게 취하면, 2인 기준으로 대략 6~7만 원 정도가 나온다. 한참 먹을 때는 모르다가 막상 계산서를 보면 아찔하다.


요새 횟값도 많이 내려서 그 정도 가격이면 싼 횟집에서 우럭+광어 세트를 먹을 수도 있다. 분명 돼지고기가 서민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요새 가격을 보면 적당한 중산층 정도는 돼야 밖에서 배부르게 삼겹살을 구울 수 있나 보다.


    ‘사장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세요’


그래도 좀 싸고 맛있는 고깃집을 찾으려고 블로그를 돌아다녀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추천하는 고깃집들이 맛있고 싸다는 것보다, 직접 구워준다는 장점을 설명하는 글이 많다. 사실 나에게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내용이다. 대학교에 다닐 때, 자주 가던 삼겹살 집에서 직접 고기 굽는 스킬을 전수받은 나로서는 '고기 안 구워주고 싸게 해 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먹을 때 옆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것은 참 편하지만, 그래도 가격이 비싸면 가기 싫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돼지고기를 먹을 때, 노포를 찾는다.




아무리 먹을 것에 돈을 안 아끼는 요즘 세대라고는 하지만, 고기 몇 점에 6~7만 원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다. 친구를 만나거나, 외식을 하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회식을 하거나 할 때 고깃집은 제일 만만한 외식 장소다. 또 주기적으로 고기를 안 먹으면 목이 껄껄해지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나는 노포로 간다. 고기는 먹고 싶고, 가격은 부담될 때 노포는 참 좋은 선택지다. 노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힘든 선택일지 모르나, 딱히 그런 것이 없다면 노포도 괜찮다.


매일 가봤던 큰 대로변의 식당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은 식당들을 볼 수 있다. 혹시 "아저씨가 많은 곳은 맛집!"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식당들을 살펴보다 아저씨들이 많이 있다면, 그곳은 맛집일 확률이 높다. 아저씨들은 우리처럼 핸드폰으로 식당 후기를 찾아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입소문으로 오기 때문에 아저씨들이 많다는 것은 맛은 보장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나도 노포 고깃집 하나를 뚫었고 지금은 단골집이 됐다.



들어서자마자 아저씨들이 많이 보이고, 맛집 기운이 느껴진다. 앉아서 메뉴판을 보면 가격도 착하다. 맛있어서 흔히 뒷고기라고 부르는 제주산 특수부위를 1만 원에 판다. 게다가 양도 다른 곳보다 2~30g 더 많은 200g이다.


주문을 하면 곧바로 밑반찬이 나온다. 그런데 항상 보던 음식 색깔들이 아니다. 의아해서 물어보니 사장님이 직접 담그신 김치와 직접 밭에서 딴 야채들이라고 한다. 직접 다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시는 성격이라고 하시며 된장까지도 직접 담그신다고 했다.



구워진 고기를 직접 담그셨다는 된장에 찍어 먹어보니 쫄깃하고 감칠맛이 돌았다. 직접 따셨다는 깻잎 위에 직접 담그신 김치를 올려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됐다. 그 맛에 홀려 어느새 고기 1인분을 더 시킨다. 가격이 착해서 추가해도 부담이 없다.


그렇게 고기를 먹고 마무리는 된장찌개로 했다. 사장님이 직접 담그신 된장으로 만들어 풍미가 아주 좋았다. 일반 고깃집에서 먹으면 어딜 가든 된장찌개 맛이 똑같았는데, 이 집은 일부러 된장찌개를 먹고 싶어서 갈 정도로 된장 맛이 좋았다.


다 먹고 계산을 했는데 예상보다 적은 액수가 나왔다. 사장님에게 조금 덜 나온 것 같다고 말하니, 웃으시면서 "된장찌개는 서비스!"라고 하셨다. 사장님의 인심 덕에 약 4만 원 정도 되는 돈으로 여자 친구랑 배부르고 얼큰하게 취할 수 있었다.




골목식당에 맛집이 나오면 항상 댓글에 '맛집 특) 우리 동네에는 없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달린다. 그런데 아니다. 생각보다 동네에 맛집이 많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나도 노포 고깃집을 뚫은 이후부터 항상 가던 먹자골목 말고, 동네 근처 사이사이에 있는 골목을 일부러 다녀본다. 그러면 처음 본 식당들이 나오고 거기서 한, 두 개 맛집이 걸린다. 맛은 있는데 인터넷 후기가 없어서 조용히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처럼 요즘 유행한다는 식당에 관심이 없거나 세련된 식당을 추구하지 않는 분들에게 노포를 추천한다. 단순히 먹는 재미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식당 찾는 재미도 생겨 더 즐거운 식생활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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