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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May 13. 2021

전해주지 못한 엄마의 양념갈비

29살 삼촌의 육아일기 #07



    “웬 양념갈비야?”


엄마는 그날도 반찬을 만들고 계셨다.


    “네 누나 밑반찬이지 뭐야....”

    “아니 무슨... 누가 밑반찬으로 양념갈비를 해?”

    “네 누나 먹을 게 없으니까 만드는 거 아니야!” 엄마는 갑자기 언성을 높이셨다.

    “아니 왜 갑자기 화를 내? 내가 뭐라고 했다고?”

    “누가 화를 내! 그냥 엄마 목소리가 큰 거지!”


평소와는 달리 엄마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을 느낀 나는, ‘누나네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엄마는 나와 함께 누나 아이를 돌봐주고 계신다. 육아뿐만 아니라 누나네 집안일도 도와주고 계신다. 그리고 집 정리를 하시다, 누나네 냉장고가 비어있으면 콩나물무침, 미역줄기 볶음, 김칫국 등 간단한 밑반찬을 만들어 채워주기도 하신다. 그래서 집에서 반찬을 만드시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날은 평소와 달리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생일상에서나 볼 수 있는 양념갈비를 재우고 계셨다. 하필 그날은 내가 다른 일이 있어 엄마와 함께 육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조심스럽게 누나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누나랑 싸웠어?”

    “싸우긴 누가 싸워....”

    “안 싸웠으면 갑자기 나한테 화는 왜 내. 그리고 양념갈비는 또 뭐야?”

    “…” 엄마는 잠시 침묵하셨다.

    “안쓰러워서 그러지...”


그리고 엄마는 누나네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해주셨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누나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고 하셨다.


사실 얼마 전부터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길래, 엄마는 혹시 남편과 싸웠나 하고 걱정이 되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곤조곤 캐물었다고 하셨다. 누나는 알리기 싫어하는 눈치로 계속해서 얼버무렸지만, 상황이 지속되자 신경 쓰지 말라며 짜증을 냈다고 하셨다. 엄마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을 해야 네가 왜 요즘 기분이 안 좋은지 알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하셨다.


누나는 결국 짜증을 내며, 요새 남편이 야근을 핑계로 매번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고 하셨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돈 벌어 오는데, 왜 본인만 힘든 척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셨다. 사실 엄마는 그런 일을 이미 지레짐작하시고, 속으로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누나 앞에서 일부러  모질게 말했다고 하셨다.


    “부부끼리 술 먹는 것 하나하나 따지면서 언쟁할 게 뭐 있니? 조금만 이해해주면 되는 거지. 네가 너무 예민 반응하니까, 자꾸 남편이랑 싸우는 거지. 굳이 싸워야 할 이유가 있니?”

     “나도 요새 그런 일로 속상한데, 굳이 엄마까지 지금 내 속을 뒤집어야 해?” 말하면서 누나는 울었다고 하셨다.

    “엄마라면 이럴 때 내 편을 들어줘야지, 왜 또 나만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해, 왜!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피곤한데 왜 나한테만 그래! 항상 엄마는 그렇게 말해. 엄마는 대체 왜 그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자꾸 그래!”

    “내가 너 잘못했다고 야단치는 거야? 엄마가 하는 말이 지금 그거야? 그렇게 엄마 속뜻을 몰라?”

    “몰라! 그러니까 사람 속 뒤집지 말고 가, 빨리.”


그 말에 엄마도 말문이 막히셨고, 좋지 않은 마음으로 조용히 누나네 집을 나왔다고 하셨다.




늦은 밤이 되기 전, 엄마는 재운 양념 갈비를 들고 누나 네로 다시 찾아가셨다. 하지만 엄마는 곧 집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안 먹는단다.”


누나는 이미 마음이 상했는지, 집에서 갈비 먹는 사람 없다며, 도로 가져가라 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신 엄마는 소파에 앉아 빨갛게 부르튼 손으로, 여전히 양념갈비 통을 꼭 붙잡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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