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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맥도날드에서 제주를 보다

by 청량

아이 셋을 데리고 외식은 늘 작은 전투다.

누군가는 흘리고, 누군가는 안 먹고, 누군가는 갑자기 “화장실!”을 외친다.


맥도날드에 왔다고 상황이 완전히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낫다.

각자 취향에 맞는 버거를 고르고, 조용히 감자튀김을 집어 먹는다.

탄산은 아직 이르다 싶어 대신 쉐이크를 허락해 주는 사치도 누려본다.


여전히 흘리고, 여전히 정신없지만…

그래도 뭔가 가볍다.

익숙하고 만만해서일까.

우리 부부의 마음도 잠깐은 쉬어간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밥 하기 싫었고, 손쉽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어 맥도날드를 찾았다.


1층은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맥도날드의 모습.

주문을 하고, 쟁반을 들고, 자리를 찾으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계단을 다 올라선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햇살이 내려앉은 유리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제주 바다.


“우와…”

“여기 제주 맞구나…”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뷰 좋은 카페도 아니고,

그저 밥 한 끼 하러 온 맥도날드에서 이런 장면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햄버거보다,

내가 사랑하는 감자튀김보다,

그날은 창밖의 바다가 더 맛있었다.


여기가 제주라는 사실을 다시, 확실하게 새겨준 순간이었다.


그 뒤로, 그 맥도날드는 우리 가족의 단골이 되었다.

먹고 떠들고 흘리는 와중에도

우리는 그 바다를, 꼭 한 번은 바라보았다.


번외편, 맥도날드에서 제주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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