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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따라비 오름

by 청량


따라비 오름.


“아름답다”라는 이 단순한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이 곳.

내가 아름답다 부르기 전 이미 이 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고 있었다.

1월의 겨울, 오름이 품고 있는 억새는 여전히 금빛으로 빛났다.

올라가는 내내 펼쳐진 길이 예뻤고, 정상에 서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보다 더 황홀했다.

더할 나위 없었다.



아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오름 오르기에 금세 힘들어했다.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쯤, 우리는 중간에서 쉬며 김밥과 귤을 나눠 먹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노란 귤을 까서 입에 넣는 순간, 달큼한 과즙이 입안에 퍼졌다.


아이들도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까?


높이 오르는 것보다, 그 길 위에서 나누는 작은 쉼이 더 오래 마음에 남을지도 모른다.



나는 북한산 자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엄마의 반협박에 이끌려 주말이면 종종 북한산을 올랐다. 그 시절의 나에게 산은 그저 ‘가야 하는 곳’이었다.

산보다는 푸르른 바다에 더 마음이 끌렸고, 넓게 펼쳐진 수평선이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40대의 경계에 있는 나는 조금씩 산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오름을 오를 때,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 된다.

적당한 호흡으로, 내 몸의 리듬을 지키며 한 걸음씩 올라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오로지 나만이 이 길을 걸어 올라왔다는 생각에 묘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그건 거대한 산이든, 낮고 부드러운 오름이든 마찬가지다.

산은 우리에게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라고 가르쳐준다.

오르는 동안 느끼는 숨의 무게,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풍경,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함께했던 사람들.



따라비오름에서 내려오는 길.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하늘은 투명했다.

이곳에서 나는 또 한 번 깨닫는다.

산이든, 인생이든, 결국 중요한 건 한 걸음씩 내딛는 그 과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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