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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Feb 16. 2021

잘 못써도 괜찮아! 힘을 빼는 글쓰기

그래서 우린 글쓰기를 합니다.

자전거 연습




 퇴근 버스가 합정역에 정확히 6시 30분에 도착합니다. 근처에 있는 무인 자전거를 빌려 타면 퇴근 여행이 시작됩니다. 연남동 경의선 공원까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익숙한 풍경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제가 단골로 가는 할랄푸드 음식점이 나타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 오버 라이스"를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합니다. 묘기를 하듯 한 손으로는 음식을, 한 손으로는 자전거를 운전하며, 공원에 도착하면 비어 있는 벤치에 앉아서 배를 채웁니다. 마지막 두 숟가락 정도 밥의 양이 남을 때쯤, 해는 지평선 너머지고 있습니다. 가장 복잡한 도시 중에 하나인 홍대에서 보는 석양을 보고 나면 돌아갈 시간입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저녁 공기를 맞으며 돌아가면 일명 "퇴근 여행"이 마무리됩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자전거는 항상 좋은 친구가 되어 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자전거를 배운 나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넘은 나이였습니다. 어릴 적 엄마, 아빠, 형까지 나서 두 발 자전거를 가르쳐주었지만 이 얇은 바퀴 두 개로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서서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기적을 경험하지 못하였습니다. 자전거 스승들이 항상 나에게 항상 말해주었던 조언은 항상 같았습니다. 


"힘을 빼!!!"


필요한 건 이미 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 마음의 무게가 덜어져서 일까요? 우연히 올라탄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넘어지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서야 그 비법을 깨우칩니다. 


"자전거를 타는 비밀은 바로 힘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를 쓴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열심교 신자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이미 대단해!!"라고 말합니다. 단식을 시작한 저자는 필요한 건 "이미 있다!"는 발상을 하게 됩니다. 몸이 외치는 "밥 줘!"라는 절규는 충분한 에너지가 있어도 좀 더 안심하고 싶어 하는 욕구의 변명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잘 쓰지 못해도 괜찮아 


 블로거와 브런치를 통해 시작한 글쓰기는 어느새 종이책 집필을 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게 된 부담감은 겁 없이 써 내려가던 예전에 글쓰기는 없어졌습니다. 그저 힘이 들어간 글짓기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생각과 영감을 나누는 글을 쓰던 거침없던 두 손은 어느새부턴가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 탈로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의 무게로 변합니다. 


 그럴 땐 다시 자전거를 타는 느낌을 떠올립니다. 힘을 빼고 중심을 몸에 맡기고 원하는 방향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페달을 밟다 보면은 앞으로 원하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그 자유로운 느낌을 되살려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완벽한 자전거 자세 없이도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라고 주문을 외웁니다. 좀 투박해도 나의 글을 읽고 웃을 수 있는 한 명의 독자만 있다면 그게 바로 잘 쓰는 글쓰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 진정한 자신감이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그래도 나는 고유하고 대단해'라고 생각할 때 시작됩니다. " - 『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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