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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13. 2020

길 위의 작업실 "버스 서재"

저녁 작가의 글쓰기 비법 2. - 출퇴근 시간 속에서 찾는 글감

유랑하는 노란 버스




 가끔 우연히 돌려본 채널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2003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아주 흥미로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전재산을 털어 노란색 중고버스를 끌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이야기였습니다. (KBS 사이트에 다시 보기가 남아있지 않네요.) 신문기사에서 검색한 결과 그분의 이름은 "한생공"이라는 서울대학교 미술학부를 졸업한 "길 위의 화가"입니다.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나서 머물고 그곳을 도화지 삼아 예술 작품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리키는 수업을 기록한 책인  '길 위의 화가 한생곤의 노란 버스(하늘숲. 2004)' 책을 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가끔 길 위에서 아름다운 비경을 만날 때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이 생활에 기쁨을 느끼곤 해요. 삶은 본래 길이 없지만 숲은 오솔길을 내주었고 이 오솔길을 벗어나면 다시 들길이 나오죠. 만약 길만 있고 풍경이 없다면 내 눈의 초점은 얼마나 허공에서 미끄러졌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길 위에 내가 있고 풍경 속에 있는 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때때로 나타나는 비경을 축복이라 여기면서 아름다운 들길을 따라 계속 여행하고 싶어요." - 한생곤 화가-


 버스는 한생곤 선생님이 세상과 소통하는 이동수단이었고, 그림과 함께 유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동수단이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친한 형님을 태우고 기타 연주 소리를 배경 삼아 돌아다니고, 바다에서 그림을 그리다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의 발을 빌려 캔버스의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였던 거 같습니다. 처음 가는 곳에 친구를 만들고 그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림을 그리는 도구와 영감을 삼으셨던 장면들이 잔잔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가끔 "버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 분 기억이 나곤 합니다.



우리에게 버스란?



" 사실 우리도 평생 동안 1년이란 출퇴근 시간 속에서 유랑합니다. "


 저녁 작가에게 버스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첫 번째 의미는 가정이란 장소에서 회사로 이동입니다. 이 대중교통 덕분에 돈을 벌 수 있는 출근이 가능합니다. "오늘도 또 시작이구나" 버스에 몸을 맡기는 순간 이미 몸은 무거워지고 퇴근부터 생각합니다. 특히 회사 셔틀버스는 탑승 때부터 회사 로고가 보이면서 벌써 출근한 기분이 듭니다. 


 우리도 사실 인생에 1년 가까운 시간을 대중교통 속에서 여행하는 '유목민의 삶'을 살아갑니다. 우린 저녁 작가입니다. 한생곤 선생님이 버스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듯 우리도 이 네모난 공간을 작업실 삼아 좋은 글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비록 멋지고 안락한 작업실은 아니지만 우리도 풍경이 펼쳐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글감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전 글에서 강조한 '글 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버스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글감을 만들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지 저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대중교통 속에서 글감을 찾는 방법


  '종이책'이야말로 대중교통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글감 재료입니다. 한 권의 책의 적당한 무게와 한 장 넘겨가면서 종이의 질감으로 느끼는 독서시간은 작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버스에서 종이책을 들고 있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전자책과 브런치를 보는 걸 택했지만 개인적으로 흔들리는 버스에서 보는 디지털 활자가 가끔 멀미를 유발합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는 태블릿으로 글자를 크게 해서 보지만 버스에서는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유튜브 강의'입니다. 영상은 편하게 눈으로 귀로 시청 가능한 좋은 또 다른 독서입니다. 특히 유명인의 강의는 글감을 만드는데 아주 좋은 재료가 됩니다. 특히 '세바시'와 같은 전문 강연 채널을 구독하면 날마다 책 한 권이 배달됩니다. 그런데 밤늦게까지 글을 쓰는 저녁 작가는 항상 눈이 피곤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멀미가 있는 분이라면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고 눈을 감고 그 자리에 있는 청강자처럼 들으면 가로, 세로 30Cm도 안 되는 버스 서재에서 영감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듣고 읽어야 하는가


 매일 저녁 서재에서 만들어간 미완성된 작품에서 고민하는 주제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 책이나 강의를 듣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용기라는 단어로 어제 글을 쓰고 있었다면 "용기란?" 이렇게 검색어를 사용하여 브런치나 블로그에 남겨진 글들을 읽거나 관련된 종이책을 구매하여도 좋습니다. 유튜브 강의도 역시 검색을 통해 찾아서 듣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뼈가 약해지면 칼슘이 많은 멸치를 챙겨 먹듯 현재 내가 써야 하는 글감을 직접적으로 찾아서 듣는 건 저녁 작가에게 매우 좋은 직접적인 영양분입니다. 그리고 현재 글쓰기 주제가 없는 상태라면 자유로운 주제를 읽고, 보면서 오늘 또 저녁에 쓸 나의 글에 대한 영감을 탐색하는 게 좋습니다. 주제가 없을 때는 너무 좋은 강의를 찾기보다는 관심 가는 영상을 위주로 즐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물론 너무 가벼운 게임이나 아이돌 영상은 큰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을 접하는 게 중요합니다. 귀납적 접근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지식의 기반으로 영양분을 접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정 책이나 영상에 푹 빠져서 하나의 자료만 참조하여 글감으로 삼는다면 편협된 생각으로 자리잡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의 여러 글과 영상을 다양하게 보다 보면 공통된 것들이 추려집니다. 그럼 그 지식과 내 생각이 부딪혀 새롭게 글감으로 태어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길 위를 서재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입니다. 처음에 버스 서재를 만들었을 때 "이 정도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가벼운 시간으로 만들면 결국 글감도 가벼워집니다. 집중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오후에 내가 써 내려갈 한 페이지의 글을 위해 집중할 때 저녁 서재에서 글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휴 출퇴근 시간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드실 거 같습니다. 어쩌면 불가능한 걸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 배로 생각하라, 두 배로 노력하라
그것이 가진 것 없는 보통 사람이 성공하는 비결이다
-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 -


하지만 두 배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두 배의 노력은 결국 

두 배의 기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작가라는 또 하나의 꿈이 더해지는 기쁨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저녁 늦게까지 작가란 또 하나의 꿈을 위해

서재의 밤을 즐기는 저녁 작가를 응원합니다. 


    

이전 05화 저녁 작가의 "영감"은 "글 사료"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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