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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12. 2020

"두 개의 꿈"을 꾸는 저녁 작가

펜이라는 공을, 종이라는 하늘에 쏘아 올리다.

Season of Love


뮤지컬 렌트( RENT)


오십이만 오천 육백분의 귀한 시간들 우리들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나날. 
오십이만 오천 육백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일 년의 시간.  
날짜로? 계절로? 매일 밤 마시는 커피로? 
만남과 이별의 시간들로? 
그 오십이만 오천 육백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말해요? 산다는 것을

- Season of Love (From "Rent") 한글 가사 중 -


 고등학생 시절 시청에서 열린 이름 모를 페스티벌에 친구들과 놀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무대에서는 이름 모를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그렇게 여름밤 잔디밭에서 그 음악을 배경 삼아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 리듬감 있는 피아노의 전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명의 뮤지컬 배우들이 나란히 서서 환상적인 화음으로 노래를 이어갔습니다.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들.." 처음으로 음악이란 예술에 대해 흠뻑 빠져 넋 놓고 봤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했던 무대는 렌트라는 이름의 공연입니다. 돈 없고 가난한 젊은 예술가의 삶과 꿈을 이야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입니다. 청춘을 위로하는 스토리와 음악은 지금 이 시대와 잘 어울리는 공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 년의 시간은 참 짧고 아쉽습니다. 어떻게 재야 할까요? 날짜로?, 계절로?, 커피로? 물론 노래처럼 사랑으로 느껴보는 게 가장 좋지만 저의 한해를 세는 방법은 독특합니다. 에버노트는 저의 기록과 글쓰기를 저장하는 온라인 노트입니다. 1년마다 거금 5만 원을 결제하며 한해도 열심히 살아갈 다짐을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에버노트 구독이 만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울립니다. 합정역 스타벅스에서 현대카드를 꺼내 결제를 했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지났습니다. 조지 버나드 쇼는 짧은 인생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하나의 인생을 잘 살아가기도 참 힘든 세상입니다.


개발자라는 이룬 꿈


 개발자는 참 좋은 직업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있는 일들을 온라인으로 옮겨 누구에게나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면 과거의 작가들에게는 기회가 많이 없었습니다. 작가로 등단하기 위해서는 신문사나 기업에 공모전에 당선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원고지에 직접 글을 적어 등기우편으로 공모전마다 글을 전송해야 합니다.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라도 구독자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책을 내야 합니다. 아니면 신문이나 문예지에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좋은 실력뿐만 아니라 정보력, 운, 인맥 등 많은 게 필요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상에 블로그를 개설하여 누구에게나 글을 쓰고 등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특히 브런치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플랫폼입니다. 구독자 시스템부터 글쓰기를 편하게 해주는 작가의 서랍과 맞춤법을 고쳐주는 기능까지 누구에게나 꿈을 꿀 수 있게 합니다.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등입니다. 저는 그래서 개발자의 일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희망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교보문고라는 회사에서도 도서 시스템에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이라는 선물을 독자에게 흐르는 길에 모퉁이를 담당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다른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 저녁 작가 


 욕심 많은 저녁 작가는 두 개의 꿈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 꿈은 좋은 책을 쓰는 작가였지만, 자연스러운 시간이 흘러 지금은 개발자의 꿈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매일 밤 코딩 공부를 하고 블로그의 각종 기술을 공유하면서 강의를 합니다. 그러면서 코딩을 가리키는 온라인 강의 자라는 꿈으로 좀 더 뚜렷해지면서 발전해 갑니다. 


 브런치로 시작된 글쓰기는 어느새 출판을 앞둔 등단 작가가 되어 있습니다. 저녁마다 쓴 글들이 모여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갑니다. 부캐의 전성시대라고 합니다. 특정 연예인들은 달란트를 자랑하며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책도 씁니다. 프로그램 한 회 출연료가 대기업 연봉보다 많고, 개인 시간이 많은 스타들의 세계일 뿐 하루에 10시간씩 회사에 갇혀서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직장인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은 달빛 아래에서 시작하는 저녁 작가입니다. 그렇기에 현실을 알기에 묵묵히 오늘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갑니다.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날기 위해 805번의 실패 후에 하늘을 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작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한 번에 높이 날아가지 않을걸 압니다. 하지만 언제가 쏘아 올린 꿈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오늘도 저녁 작가는 펜이라는 공을, 종이라는 하늘에 쏘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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