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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17. 2020

저녁 서재를 '버티는 힘'

글쓰기 인내심은 훈련뿐이 없습니다.

글쓰기 체력은 그저 훈련입니다.


 " 유연성은 타고난 것일까요? "

 " 네. 타고납니다."


 제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체조선수들이 흔히 보여주는 다리 찢기 동작을 심심하면 따라 할 수 있는 유연성 있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유연성을 자랑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년이 지났고 그 초등학생은 직장인이 되어 저녁 서재 앞에서 다리 찢기를 시도합니다. 글을 쓰다 너무 피곤해서 해본 20년 만에 도전은 결국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뒹굴뒹굴 세 바퀴를 구르다가 의자 다리에 머리까지 부딪치고 저녁 서재에서 조기 아웃되어 버렸습니다. 유연성은 타고난 뼈가 아니라 근육과 인대의 역할입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해도 스트레칭을 통해서 훈련하지 않으면 쉽게 굳어 버립니다. 바로 저처럼 말이죠.


 버티는 방법은 유연성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횟수보다 중요한 게 최대한 다리를 벌려주고 분단위로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버텨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유연성 길러집니다. 다시 말해서 1분 동안 다리를 여러 번 찢기보다는 한 번에 30분 정도 버텨주면 통증은 조금씩 줄어들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 유연함을 갖게 됩니다.



저녁 서재는 고통입니다.

저녁은 왜 피곤한가?

 저녁 서재에 가장 큰 고통은 유혹입니다. 특히 아무 생각 안 나게 해 주는, 중독을 일으키는 미디어 시청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티브이,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이 4 총사는 언제나 작가를 괴롭힙니다. 그런 유혹을 이겼냈다고 해도 더 큰 난관은 체력입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했던 모니터 보고 타자 치기 노동을 집까지 와서 하고 있자니 마치 다리 찢기 자세를 유지하면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통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녁 작가는 매우 난도가 높은 N잡입니다.


 문요한 정신건강 전문의는 '오티움'이라는 책에서 머리를 쓰는 일을 하는 사람취미는 몸을 활용하는 걸 해야 휴식이 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사무직이 저녁 작가가 되기 힘들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장을 갑자기 몸으로 일하는 회사로 이직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체조선수가 얻은 유연함은 적당한 관리를 통해 평생 동안 유지되는 거처럼 저녁 작가가 되고 싶다면 한 번은 치열하게 도전해서 만들어야 할 능력이 바로 "버티는 힘"입니다. 한번 길러낸 이 힘은 꾸준하게 글 쓰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줍니다. 결국 요령은 없습니다. 그저 고통을 이겨내면서 훈련을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내 팔자에 책은 무슨, 브런치는 무슨, 개발이나 잘하자고 했지만, 지금 아니면 더 할 기회가 없다는 위기감으로 결국 3달 동안 "버티는 힘"을 만들어 냈고 독자 분들과 그간의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퇴근 후에는 식사를 하세요


 열의에 차 퇴근 후 집에 와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노트북을 켜고 머리에 떠다니는 영감이 도망갈까 열심히 타자를 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밥이 중요하냐? 글이 중요하지?"라는 나의 정신력은 육체를 이길 수 있다는 해병대 정신으로 글을 썼지만 항상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9시쯤에 배가 고파지고 간식을 먹어도 이 나지 않아 결국 밥을 차려먹고 졸음이 쏟아져 침대로 직행하는 패턴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순서를 한번 바꿔 보았습니다. 오자마자 아주 푸짐하게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글쓰기를 해보니 더 오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인했습니다.


 음식은 글쓰기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식사를 거르면 열량이 없고 에너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결국 글쓰기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멀리까지 자동차를 끌고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주유가 필수입니다. 결국 저녁 글쓰기도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 샤워를 하면 씼고난 후에 상쾌함이 저녁 서재를 버티는 표면적인 힘을 만들어 줍니다.


카페인의 도움


 영화에서 나오는 작가들은 항상 머그잔에 커피를 가득 채워놓고 글을 씁니다. 작가와 카페인은 떼어놓기 힘든 동반자적 관계입니다. 이 성분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자극하고 피로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집중력을 향상해 지적 작업능력을 증가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졸음을 쫓아 주는 기능이 있어 티브이 속 작가 항상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녁 작가도 밀려오는 졸음과 지쳐가는 육체를 깨우기 위해서는 카페인이 필요로 합니다. 섭취 방법은 커피와 박카스를 추천합니다. 그런데 저처럼 카페인에 약한 사람은 이것을 먹었다가는 밤새도록 잠을 못 자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저는 스타벅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박카스를 활용합니다. 디카페인이라고 해도 아주 적은 양의 카페인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의 양은 글쓰기에 도움을 주면서 잠자리를 방해하지 않는 아주 적당한 상태를 만들어줍니다. 이런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외부의 강렬한 도움은 글 쓰기를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됩니다.



동기부여 찾기

저녁 작가 공동저자 프로젝트

 좋은 체력을 만든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동기부여와 재미가 없다면 저녁 서재는 견디기 힘든 지루함입니다. 취미로 다리 찢기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거처럼 말이지요.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원고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아마추어 저녁 작가에게 글쓰기는 그저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뿐이 되지 않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완성해서 독자에게 읽히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아무도 대상이 없다면 허무함 뿐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브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합니다. 완성된 글은 구독자님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좋아요를 받으면서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런 상호작용은 또한 글의 생명력을 갖게 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도 좋지만 오롯이 작가를 도전하는 유저가 모인 브런치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함께 쓰는 것이 제일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최근에 브런치를 시작한 동생과 함께 카페에서 늦게까지 글쓰기를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눌 때 굉장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그래서 모이는 글쓰기는 항상 힘을 갖는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최근에 공동저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 중인 이유도 사실은 제가 글쓰기 하는 재미를 붙이기 위해 시작한 이유가 가장 큽니다.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저녁 서재를 버티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녁 서재를 버티는 힘은 결국 훈련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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