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코더 Nov 17. 2020

직장인의 '점심 서재'

저녁 작가의 글쓰기 비법 3. - 회사에서 1시간 글쓰기

점심이란


 "만두의 양이 많지 않으니까 마음(心)에 점(點)이나 찍으시오"


 "마음의 점을 찍듯이 간단하게 먹다"라는 뜻이 바로 점심(點心)이란 말의 어원이라고 합니다. 한세충(韓世忠)이란 금나라 명장의 아내인 양홍옥(梁紅玉)은 전투 당시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는 일을 도왔습니다. 손수 만두를 병사들에게 나눠 먹이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만두 양이 병사 수에 비해 턱없이 적어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처럼 점심밥을 굉장히 많이 먹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배고픈 이야기지만, 하루의 중간을 쉬어가는 의미와 오후를 위해 마음을 다시 잡는 시간이라는 점은 현대인이 갖는 점심이라는 의미와 비슷한 한 거 같습니다.



직장인의 권리


정부 표준 근로계약서

 

 정부가 제공하는 표준 근로 계약서를 보면 8시간 근무는 1시간의 휴게시간으로 잡혀 있습니다. 이 시간은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 가능한 휴식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직 일부 남아있는 점심 위계질서는 팀과 함께, 혹은 윗사람을 따라 함께 불편한 식사에 끌려가야 하는 현실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면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또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을 의미"라고 합니다.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나의 온전한 권리입니다.



점심 서재


 "점심 서재"는 작가에게 저녁 서재만큼 귀중하게 사용 가능한 시간입니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처럼 보이지만 1년 동안에 점심시간을 모으면 약 240시간이 됩니다. 일수로 따지면 24일, 3시간짜리 저녁 서재가 80번이나 생기는 귀한 글쓰기 시간입니다. 만약 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만 있다면 일 년에 책 두권 정도는 쓸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제가 다니는 교보문고 본사는 점심시간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하루 일과 중에 "점심 서재"는 제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우선 1시간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사 시간이 최대 변수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저의 대안은 바로 "배달 도시락"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동시간을 아낄 수 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를 만드는 불상사도 없습니다. 사무실에서 온전히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됩니다. 그리고 도시락의 최고 장점은 매일 바뀌는 메뉴를 알 수없다는 기대감이 참 좋습니다. 마치 점심시간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설레는 마음처럼 말이지요.



점심 서재가 좋은 점


 "빠른 글쓰기 능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는 시간을 두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정한 시간 안에 글을 완성하게 다는 마음가짐을 먹고 글을 써 내려가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부족한 저녁 작게에게는 이런 시간 연습이 필요합니다. 제한적인 시간이 있는 점심시간은 자연스럽게 이런 훈련이 가능합니다. 글 쓰기를 하다 보면 브런치 열어놓은 탭은 어느새 끝에 밀려있고 11번가 사이트에서 카드결제를 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보는 나를 발견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나쁜 건 아니지만 저녁 작가에게는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니 점심시간을 활용하면 짧은 시간에 글을 완성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훈련이 하면 글쓰기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저녁 서재를 위한 초고를 완성" 점심에 초고를 쓰고 나서 오후 업무에 들어가면 써놓은 초고의 덧붙일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하루의 경험들이 이 초고에 합쳐지게 지고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탈고가 됩니다. 마라톤 경기에서 완주한 후에 달라지는 게 있다면 빠져 버린 체중과 그리고 정리된 생각이라고 합니다. 5시간 동안의 회사 일은 충분히 쓰인 초고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점심 서재는 직장인 작가가 초고를 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루에 글쓰기 리듬을 유지" 할 수 있습니다. 버스 서재에서 얻은 영감부터 저녁 서재까지의 길이는 약 12시간 정도입니다. 너무 긴 시간은 아침에 얻은 글감을 모두 잊게 합니다. 실제로 아침에 좋은 주제가 떠올라 에버노트에 "평가는 내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짧게 기억의 힌트를 남겨 놓았지만 10일이 지난 오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시에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좋은 글감이 생긴 게 기뻤던 거 같은데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아 아직도 노트를 채워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휘발성 메모리입니다. 이는 전력공급이 끊기면 날아가는 기억장치처럼 금방 잊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이용해 정보가 날아가지 않게 충전을 해준다면 저녁 작가에 서재 책상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신선하게 마련됩니다.



자신에 맞는 점심 서재로 운영하세요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세요 " 제가 개발자를 위해 남긴 칼럼의 제목입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갇혀 있지 말라고 했던 그 개발자가 저녁 작가에게는 점심에 글을 쓰기 위해 붙어 있으라고 합니다. 일명 "한 입으로 두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매일 점심 서재에 앉으면 정말 피곤합니다. 금요일이 되면 거의 녹초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정한 내 규칙은 매주 수요일 점심은 산책을 한다입니다. 그리고 점심 약속도 가능한 수요일로 잡아 사회인의 도리와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점심 서재를 활용하시는 지혜 또한 필요합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전 07화 저녁 작가의 피지컬 "3,096"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