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 in 트립: 근교 운하도시 오타루
호텔 조식
호텔 조식 가격은 3,200엔 (약 28,000원)이다. 가성비 괜찮치 않은가? 엔저 때문에 요즘 일본 가면 돈 버는 기분이다. 4성급 호텔. 조식이 세금포함 토털해도 3만 원이 안되다니… 떙큐일 뿐! 메뉴도 해산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편이다. 눈 뜨자마자 먹는 초밥도 맛있다.
근교 운하도시 오타루행
오늘은 세 번째 날. 여행 속 작은 여행을 계획했다. 유명한 라벤더 밭이니 뭐니 후보지역은 많치만,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운하도시 오타루를 반일 여행 목적지로 결정했다. JR기차 타고 약 40분 정도 가면 된다.
삿포로 역으로 이동한 우리는 꽤 비싼 비용을 치르고 오타루행 좌석표를 샀다. 아하! 공항에서 들어올 때 예약칸이라 못 들어갔던 곳에 가려면 승차권 구입 시 예약칸 표를 사야 하는 것이었다.
좌석표를 사서 개찰구에 넣고 빠져나가려는데 경고표시와 함께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 뭐지? 역무원이 뭐라 뭐라 옆 차표 구입 머신으로 가라고 한다. 가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는 좌석표만 구입한 것이고 탑승권은 따로 또 사야 한다는 것이다. 탑승권이 있어야 기차에 타서 예약칸이 아닌 일반칸에서 자유롭게 가는 것이고, 거기에 좌석권까지 있으면 예약전용칸에 앉아가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작고 노란 승차권이다. 두 개를 한꺼번에 개찰구에 넣었더니두장 모두 잘 튀어나온다. 집어 들고 플랫폼으로.
오타루역
한적한 시골 동네와 바다를보며 약 40분 정도 가면 오타루 역에 도착한다. 역의 모습은 좋게 말하면 정겹고, 비판적으로 얘기하면 낡았다. 추억 소환이 순기능인 공간이다.
낡은 도시
작은 역사를 나와 만나는 풍경은 호젓하고 색 바랜 전형적인 시골 도시다. 횡단보도 페인트는 거의 벗겨져 잘 보이지도 않는데, 그냥 그대로 놔둔 건가? 궁금해진다. 한 군데만 그런가 했는데 온통 도시 전체가 다 그렇다. 우리나라 같으면 민원 넣고 난리 치면 금방 깔끔하게 칠해 놓을 텐데… 앗. 또 국뽕인가. 그래도 이 친구들은 연말에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어엎는 일은 없겠다 싶다. 뭐가 좋은 건가. 일단 국뽕은 취소다.
아케이드와 운하
역에서 운하로 내려가는 길은 시장통이다. 평일 낮이라 한산하기 그지없다. 시골시장이 정겹다. 지붕이 있으니 직사광선 피해서 좋다.
운하를 향해 잠시 걷다 보니 도시 느낌이 약간의 경사나 분위기가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시 같은 착각이 든다. 뭔가 비슷하다. 잠시 후 사람들이 모여 사진 찍는 곳이 보인다. 저기가 운하구나. 우리 가족은 어려서부터 한강변에서 자라다 보니, 이 정도 물길은 귀엽다. 땡볕에 배 타고 앉아있을 일은 없다 싶어 사진만 찍고 이동한다.
담백한 점심
어머니는 고기를 거의 안 드신다. 고기 냄새를 싫어하시고, 기름기 자체를 거부하신다. 그래서 항상 찾으시는 것이 해물이나 야채 베이스의 따듯하고 담백한 국물류 음식이다. 오타루 거리에서 야채라멘 집을 발견했다. 테이블이 두세 개 밖에 없는 자그마한 식당을 노부부가 운영하고 계신다. 딱 일본분들이시다. 음식은 예상한 대로 소금베이스와 미소베이스 두 메뉴 모두 괜찮다. 교자도 좋았다.
오르골 뮤지엄
관광객들이 보이는 거리를 따라 걷는다. 끝까지 걸은 후 거기서 택시를 타고 역으로 갈 계획이다. 거리 양쪽으로 먹거리, 쇼핑할 공간들이 즐비하다. 공예품 가게들이 많다. 주로 유리 공예 제품들이 많다. 가끔 미피 토끼 캐릭터 샵들도 있다. 어서 와 일본이야.
조금 걷다 보면 종착지로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이 보인다. 그 뒤로는 아무 스폿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주택가다. 건물 앞에는 조그만 시계탑이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수증기를 뿜어내는 시계탑의 미니 버전 탑이다.
입구를 들어서니 꽤나 큰 공간이 오르골들과 사람들로 꽉 차있다. 아! 여기가 이 소도시의 핵심 관광 포인트구나. 어마어마한 양의 다양한 오르골들을 볼 수 있다. 워낙 많다 보니 이쁘고 멋진 것도 많고, 별로인 것들도 많다.
오르골 구경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역으로 이동한다. 바깥 풍경은 우리의 고향인 마산의 옛 모습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참고로 일본 택시의 기본요금은 670엔 (약 5,700원)이다. 젊은 시절 일본 오면 물가도 비싸고 택시비는 더더군다나 워낙 비싸 탈 엄두도 못 내었는데 이제는 우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타루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삿포로로 돌아간다. 오타루 역 차표 구입기계 앞에는 안내원이 표 구매를 도와준다. 이분이 하라는 대로 누르니 좌석권과 탑승권이 합쳐져서 큰 표 한 장으로 나온다. 아이 참 뭐 이리 일관성이 없나… 아직도 도장 찍어 결재한다는 이 변치 않는 나라의 뚝심과 관성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이곳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스마트 강국이 맞다. 또 국뽕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