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6~17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10
절벽마을 세테닐을 벗어나 안달루시아 여행의 종착 도시 세비야로 향한다. 약 1시간 50분 정도 소요 예정이다.
드넓은 대지 스페인
한 시간 넘게 운전하는 동안 창 밖에는 드넓은 땅이 펼쳐진다. 스페인은 넓은 나라다. 오랜만에 지평선을 실컷 본다. 이런 대지 때문인지 스페인의 제1산업은 농업이다. 다른 나라의 고즈넉한 국도를 운전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nQn aperts and suites
큰길 근처 골목을 돌자마지 보이는 호텔 출입구. 도착이 6시 이후라 리셉션은 비어있고, 어제 받은 이메일에 방 번호와 체크인 비번 등이 있어 객실에 입장하는데 문제가 없다. 호텔은 모던하고 팬시 하다. 객실도 넓고 따듯하고 쾌적하다. 첫인상은 지금까지 중 최고 호텔이다.
벽면의 고벽돌은 옛날 교회의 벽을 그대로 살렸다고 쓰여있다. 클래식과 모던의 만남이다.
Hans creano
짐을 풀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한식집으로 저녁식사를 나간다. 일행 속이 불편해 한국음식으로 달래야 한다. 저 앞에 태극기가 보인다. 아. 한국 식당이다.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 찐만두를 주문한다. 예상하는 우리의 맛이다. 오랜만에 폭풍흡입으로 식사를 마친다. 한국사람 인증 완료. 역시 대도시 여행의 편리함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사냥을 마친 호랑이처럼 어슬렁어슬렁 숙소로 돌아온다. 복귀 길에 ALDI라는 로컬마트에 들러 과일 등 요깃거리를 좀 구입한다.
이동 데이를 마치고 하루를 마감한다. 코지한 호텔이니 안락하고 잠도 잘 온다. 땡큐 갓!
여전히 속이 온전치 않은 두 사람은 아침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아침식사는 집 앞 카페에서 얇은 하몽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와서 간단히 해결한다. 한집은 1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카페라 스페인 어르신들이 바글거리고 비싸고, 다른 한 곳은 모던하고 캐주얼한 카페로 관광객과 젊은이들이 많다.
둘 모두 맛은 괜찮다.
세비야 대성당
오전 휴식 후 근처 세비야 대성당으로 나들이 나간다. 세비야 대성당은 바티칸,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한다. 밖에서 보는 규모가 넘버 쓰리의 위용을 자랑한다. 유럽 어디를 가나 이 성당들이 내뿜는 권위는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지극히 성스럽다 해야 할지, 속스럽다 해야 할지. 내부 관광은 콘디숀 챙겨서 내일 해야겠다. 외부만 수박 겉핧기하고 점심 식사 장소를 검색한 후 이동한다.
점심은 뜬금없이 중식당을 찾아간다. 맛이 없지는 않지만, 약간 가미한 향이 한국의 중식과는 다르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숙소가 시내 중심 포인트에 있어 근처에 핫 스폿들이 모여 있다. 한두 블록 옆에는 세비야의 명소 메트로폴 파라솔이 있다.
메트로플 파라솔
와플처럼 생긴 구조물인데, 아무 기능은 없는 것 같다. 왜 만들었을까. 조사를 좀 해봐야 그 의도와 의미를 알 수 있겠다. 알아보니 지하에 고고학 박물관이 있고 상점들이 있단다. 독일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라는 이가 설계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이라는 의미가 있단다. 위로 올라가면 전망대에서 시내를 내려 볼 수도 있고 여느 도시의 랜드마크들이 가지는 기능들을 하고 있다.
Burladero Tapas y Tintos
세비야 오면 꼭 들르겠다고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이다. 공간, 분위기, 서비스 모두 팬시하고 젠틀하다. 보이는 수준에 비해 음식 가격이 매우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문어 요리가 압권인데, 살다 살다 이렇게 부드러운 문어는 처음이다. 재료가 좋은 건지 조리가 좋은 건지… 큼지막하고 두꺼운 문어다리에 나이프를 올려놓으면 칼 무게 만으로도 문어가 잘라진다. 쓰고 보니 과장 같은데, 이건 정말 허언이 아니다. 그라나다 디너에 이어 두 번째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다.
스페인 광장 야경
멋진 정찬을 하니 힘이 좀 솟는다. 우버를 타고 스페인 광장 야경 구경을 간다. 이곳은 낮과 밤의 아름다움이 극명해서 두 번을 봐야 한다는 설이 있다. 오늘은 야경, 내일은 낮구경이다. 밤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붐비지 않으니 한산하고 조용해서 좋다. 밤 되니 바람도 잦아들어 춥지도 않다. 조명 사이사이 보이는 타일 데코레이션의 미적 조화가 감동적이다. 이 규모의 건물에 이런 디테일한 데코레이션이… 놀라울 뿐이다.
우버를 타고 늦은 귀가를 한다. 10시가 지나니 문 닫은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세비야에서의 온전한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