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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Agile)이 뭔지 아주아주 쉽게

by 맨오브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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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에 Agile의 한글 표기가 '애자일'인지 '애좌일'인지 헷갈렸다. 애좌일이 술 취한 어감이 있어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든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다. 밥도 '꼬박꼬박 하루 세 끼',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간헐적 단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듯이,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스타트업에선 애자일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도 애자일 방식을 쓴다.


그런데 문득, 애자일이 정확히 뭔지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힘들었다. 머리를 비우고 구글 검색을 해보니 나오는 위키피디아 설명: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Agile software development) 혹은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대한 개념적인 얼개로, 프로젝트의 생명주기 동안 반복적인 개발을 촉진한다.

난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좀 더 쉬운 설명을 찾아 헤맸다. 더 많은 정보가 나를 괴롭혔다. "워터폴 방식과 비교해 더 민첩한 프로세스를 따르고..." "주기가 짧고 계속 개선하고..." 등등. 다 좋은 설명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정리를 해보았다.


애자일 vs 워터폴

애자일 전에는 '워터폴'(waterfall=폭포)이라는 방식을 많이 썼다고 한다. 난 워터폴 방식으로 일해본 경험이 없다. 그에 대한 개념도 잘 몰랐다. 그러니 이참에 이 둘을 비교해보면 한방에 정리가 될 듯싶다.


예를 들어 나의 목표가 '귀여운 캐릭터 티셔츠 100장 팔기'라고 하고, 각각 애자일과 워터폴 방식으로 접근해보자. (엄청 단순화한 비유다)


- 애자일: 애자일은 '민첩하다'라는 영어 뜻 그대로 개발 주기가 빠르다 (RPG 게임의 'Agility' 스탯을 떠올리면 된다). 나의 아이디어를 무작정 실행하지 않고, 실제로 대박 아이디어인지 돌다리를 조금씩 두들겨 가면서 건너는 거다. 무작정 티셔츠 100장을 찍어 팔지 않고, 일단 머릿속에 떠오른 캐릭터 그림을 프린터로 뽑는다. 뽑은 그림을 흰 티 위에 테이프로 붙이고, 주변 사람들이 "귀여워~"라고 반응하는지 살핀다. 귀엽다는 소리가 안 나오면? 캐릭터 디자인을 바꿔보고, 흰 티가 아닌 검은 티에 해보고... 이런 식으로 나의 대박 아이디어를 계속 수정해나간다.

- 워터폴: 티셔츠 100장 팔기를 위한 로드맵을 그린다. 로드맵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한다.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캐릭터 디자인, 원단, 색깔을 정한다. 정한 대로 100장을 찍은 후, 판매를 개시한다.


애자일은 빠르다

사람들 반응에 맞춰 계속 바꿔나가고, 최적화하고, 때로는 갈아엎고... 이러려면 개발 주기를 빠르게 할 수밖에 없다. 큰 계획을 세워놓고 차근차근 준비하기보다는, 계속 여기저기 찔러보며 될성부른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 예방 포스터를 공공장소에 붙이고, 마스크를 사기 힘들다는 피드백을 받아 마스크 판매 5부제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보면 딱 애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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