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케터 Aug 08. 2023

25년 된 냉장고를 바꿨다.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다.


친구를 만나는 것, 더운 여름 머리가 시릴정도로 차가운 얼음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등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당연해지지 않는 순간 우리는 그제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가수 이적은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우리는 평범한 것, 당연시되는 것들을 잃었을 때 비로소 그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무더위의 최고치를 경신한 올해 여름 어느 날에 갑자기 냉장고가 멈춰버렸다.

정확히는 차가운 바람에서 미지근한 바람이 되었달까? 고기는 녹아 물이 뚝뚝 떨어지고 냉장고는 아이스박스같이 겨우 찬바람을 유지했다.


A/S 센터에 전화하니 한여름의 더위 때문에 가전제품들이 많이 고장 나 2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곧 다시 전화가 와서 내일 기사님이 시간이 비어서 오실 수 있다고 하신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란 말인가!

하지만 다음날 기사님은 집에 오셔서 25년 된 나와 2살 차이가 나는 냉장고를 이제는 보내주어야 될 때가 되었다고 하였다.


떠나보낸다는 허전함도 잠시 새로운 냉장고를 사기 위해 검색을 시작하였다.

사실 디자인보다 빠른 배송이 먼저 눈에 띄었는데 다행히 하루 만에 배송이 되는 제품이 있어 결제를 하고 배송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다. 하지만 배송 지연으로 하루가 더 걸려 이틀 만에 배송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냉장고가 배송되는 2일 동안 냉장고 없는 삶을 강제로 살게 되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있듯 있다가 없어지니 냉장고의 소중함을 난생처음 알게 되었다. 문득 음식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은 얼마나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검정고무신의 배경인 1969년에는 얼음 장수가 얼음을 파는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얼음을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54년 밖이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부분들을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평범한 것들을 잃었을 때 깨닫게 된다. 일상의 당연함을 쉽게 누리며 살아왔다는 것을. 오늘 평범한 일상 속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불행함을 옆에 두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작가의 이전글 여름의 냄새는 싫지만 수박은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