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급 박사 Jun 17. 2020

그래.. 나는 B급이다.

준비#1 좌절

회사에서 해외 연수원으로 선발된 동료들끼리 쉬쉬 하면서 하는 말이 있다. 


"선발되고 나서 정확히 딱 1주일만 좋다."

 

연수원으로 선발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떨어진 이들도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에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그 말이 정말 맞았다. 정확히 1주일만 좋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 유학 간다."라고 시크하게 한 마디씩 던지고, 밥도 사고 커피도 사곤 하면서 1주일 정도 지나가고, '이제 슬슬 준비해볼까?' 하며 몇몇 정보를 접하게 되는 순간, 적나라한 내 현실을 알게 된다. OTL


'14년 8월 29일...' 황당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써놓았던 일기를 일부 공개한다.



오늘 연수 담당자로부터 박사학위 지원자들은 학교 랭킹을 많이 낮추라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약간 자존심이 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현실을 먼저 파악하라는 도움의 손길이었다.


참고하라는 해커스 사이트의 글들을 읽어보니, "오 마이 갓! 이런 괴물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2학년에 학부 과목을 다 듣고, 3학년에 대학원 과목을 다 듣고 3년 만에 조기 졸업?

경제학 전공자가 수학 과목을 10개 이상 듣고 전부 A?

과학고 출신, 물리학과 CGPA 만점이 경제학으로 전공 전환? 

게다가 상담을 해주러 온 모 연구원의 고교 동창 녀석이 공개한 GRE 점수는 만점, 서울대 경제학과 2등 졸업? 


멘붕이다 ... 


 

좌절감만 안겨주었던 고우해커스


숨이 턱 막혔다. 이런 사람들이 가는 곳이 경제학 박사 유학이구나, 내가 넘보지 못할 곳을 넘보았구나.

며칠을 잠을 설쳤다. 내가 갈 길이 아니구나 싶었다.


어쩔 수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시 바라보면서, 최초에 유학을 꿈꾸었던 내 맘 깊은 곳에 스멀스멀 올라오던 그 감정이 무엇인지를 되짚어 보아야 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단순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스무 살 젊은이의 가슴을 뛰게 했던 교수님들, 그 따뜻한 지식인의 삶을 나도 살고 싶었다. 할 수 있다면, 내가 배워서 갖게 된 것으로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벽이 그렇게 높다니...

결국, 나는 인정했다. 아니 인정해야만 했다.


"아!  나는 B급이구나."

이전 01화 B급 박사의 영국 유학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