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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박사 Jun 17. 2020

영어, 영어,...., 영어

준비#2 한 번 더 좌절 

나는 영어를 참 좋아한다. 외고 졸업, 학부 영어영문학 전공이다. 게다가 중동 건설 붐에 한 건설회사 소속으로 사우디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시고 영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으신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당시 대구에 단 하나밖에 없는 외국인이 가르치는 영어회화 학원에 보내셨다. 그 말인즉슨, 나는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영어회화도 그리 답답한 수준이 아닌, 적어도 어디 가서 영어로 대화할 환경에 노출되면 적당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GRE는 그 이름에 걸맞게 쥐 X알을 터질 듯 뒤틀어 쥐어도 내겐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학원도 성실히 다니고, 몇 번 남지 않은 기회를 모두 활용하여 응시했으나, 원하는 점수는커녕 미국 박사과정 지원의 하한이라고 하는 버벌 점수를 끝내 받지 못했다. 


마침 회사에서 같이 경제학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선배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유년시절을 해외에서 보내셔서 그런지 영어점수를 받는데 그리 스트레스를 받아하시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목표로 했던 점수를 훌쩍 뛰어넘는 점수를 받으시더니 결국 미국의 유명 주립대학에서 오퍼를 받으셨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건대, 만약 내가 GRE 점수를 잘 받아서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해 보는데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적어도 내겐 미국보다는 영국이 훨씬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영어는 물론 아직 힘들지만 학위과정을 밟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늘긴 하더라.


여하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최종 GRE 성적표를 받아 들고서,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 한편에서 새벽 3시까지 공부했던 그 무수한 새벽들이 한스러워 속으로 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 나는 정말 B급이구나."


결국, 그 부끄러운 성적표로 약 삼십 곳 남짓한 미국 대학에 지원했으나, 그중 어느 한 곳도 나에게 오퍼를 주지 않았다. 엇! 그런데, 영국은 박사 지원 과정에서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내 형편없는 GRE 점수는 내 시선을 서서히 미국에서 영국으로 옮기고 있었다.

다만,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만 IELTS 전 영역의 점수 7.0 이상(전체 7.5 이상)을 요구하고 나머지는 전 영역 6.5 이상(전체 7.0 이상)을 원했다. 라이팅 점수가 많이 부족한 내겐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는 과감히 잊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목욕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 지원자격 (GRE 점수가 없다. ^^)   <출처:www.bath.ac.uk>


지원도 하기 전에 엄청난 좌절을 겪으면서 유학 가능 여부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그런데, 칼에 베인 상처도 조금 지나고 나면 쓰라림이 서서히 가시듯, 좌절의 아픔이 조금씩 무뎌질 때쯤 되니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잠재적인 경쟁자들의 실력과 내 실력을 비교하면서 내 자존감을 깔아 뭉개기보다는, 남을 보는 눈을 닫은 채로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현재의 나를 발전시키는데 최적의 방법을 찾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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