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친구들을 만나서 내 소식을 전할 때마다 하는 소리다. 과연 나는 정말 그 유명한 영끌족인걸까.
우리는 10억 5천짜리 집을 사면서 약 6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렇게만 보면 집값의 60%를 대출 받은거니 미친거 아니야? 소리가 나온다. 집값은 10억 5천이지만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실제로 필요한 돈은 11억원 정도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현금은 5억, 나머지 6억여원을 대출로 조달했다.
영끌은 무엇인가
대출 금액만 놓고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나는 내가 영끌족이라 생각하진 않는다.사람마다 영끌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영끌은 DSR을 우회하는 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경우, 혹은원리금을 상환하고 나면 저축을 아예 할 수 없는 경우이다.
우리는 DSR 40% 규제 내에서 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받기 전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보았고 대출 금리가 7%, 8%까지 올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대출금을 산정했다. 그렇게 계산했을 때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대출금이 6억원이었다.
우리 부부의 합산 소득은 세후 1억 2천여만원이다. DSR을 계산해보면 28% 정도이다. 세전으로는 소득이 더 높으니 DSR은 22% 정도로 더 낮아진다.원리금 상환액과 평소 생활비를 기반으로 계산해보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고도 1년에 최소 5천만원씩은 저축을 할 수 있다.
추후 금리가 현재 4%대에서 8%로 2배 가까이 올라도한명 월급을 고스란히 은행에 바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자녀 계획이 없고 둘 다 갑자기 퇴사를 할 깜냥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도 낮다.
만약 DSR 40%를 꽉 채워서 받는다면 5억 정도를 더 받을 수도 있다.그렇게 했다면 10억짜리가 아닌 15억짜리 집을 살 수 있다. 그 돈이면 평수를 넓히거나 같은 평수의 신축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그 정도의 대출은 DSR 한도 내에서 나온다 하더라도 대출 원리금과 생활비로 월급을 다 써버리게 된다. 또다른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를 모으는 것도 불가능하고 대출 금리가 오르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대출을 갚아야 한다.
이렇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을 때 집값이 그 이상 오르면 좋겠지만 집값이 하락하거나 금리가 오르면 버틸 수가 없다. 집값 하락에도 단단하게 버틸 수 있으려면 일단 대출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적당한 수준의 대출이란
사람마다 대출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를 것이다. 나는 너무 무리되지는 않는 선에서 레버리지를 어느정도 끌어다 쓰고 싶었다. 가진 돈에 대출을 2~3억만 받아서 7~8억짜리 집을 살 수도 있었지만 좀 더 대출을 받으면 훨씬 더 상급지의 집을 살 수 있다. 그 대출이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면 이자를 조금 더 내더라도 일단 상급지로 진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분명한 건 사람마다 적당한 수준의 대출은 다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소득이나 생활비 수준도 다르고 인생 계획도 다르다. 특히 향후 자녀 계획이 있다면 소득은 줄고 지출은 더 늘어난다. 만약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소득 감소나 실직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야 한다.
예산을 짤 때는 소득 감소, 지출 증가, 금리 인상 등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서 본인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대출 금액을 계산해야 한다. 이 계산은 한번에 되지 않는다.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대출 무서운 줄 모른다, 겁도 없다, 본인이 영끌족인걸 애써 부인한다 말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한 번도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6억이라는 대출금이 나에게 어떠한 무게로 다가올지 아직 감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뮬레이션 했을 때 이 대출이 내 생활을 잠식할 정도로 크다고 생각되진 않는다.추후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금리가 오르더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대출이라면 영끌이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