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실거주할 집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집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집을 하나 사서 죽을 때까지 그 집에서 살 가능성은 낮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이사를 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집을 살 때는 파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내 눈에만 좋은 것을 사면 나중에 파는 것이 어려워진다.
어느정도 자산 가치의 상승과 환금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집들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나 홀로 아파트
나 홀로 아파트는 주변에 다른 아파트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있는 아파트 단지를 의미한다. 주변이 전부 다 빌라촌인데 혼자만 아파트라거나 아무것도 없는 오지 같은 곳에 아파트 하나만 덜렁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단지는 대부분 주변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세대수도 적은 한 두동짜리인 경우가 많다.
시세가 적정한지를 판단하려면 주변에 있는 다른 아파트와 비교를 해야하는데 나홀로 아파트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니 적정 가격 판별이 어렵다. 대부분 입지도 좋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환금성이 떨어진다. 내가 살기에 좋아서 샀더라도 나중에 팔고 싶을 때 팔리지가 않아 골치가 아파진다.
마찬가지로 세대수가 300세대 미만으로 적은 아파트도 피하는 것이 좋다. 거래가 거의 되지 않고 환금성이 떨어진다.
전세가율이 유난히 높은 곳
전세가는 실거주 가치, 매매가는 미래 가치라고 말을 한다. 전세가가 높다는 것은 실거주 가치가 높다는 의미인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과거 몇 년간의 매매가와 전세가를 확인해봤을 때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차이 없이 항상 딱 붙어있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 단지를 보면 2010년 이후로 매매가와 전세가 간의 격차가 벌어진 적이 없다. 현재 전세가율은 92.6%로 갭은 겨우 2,250만원이다. 2,250만원만 있으면 자가를 구입할 수 있는건데 매수하는 사람이 없다.
2018년~2021년 매매가가 치솟던 시기에는 매매가가 오르는 것보다 전세가가 더 올랐다. 집값이 오르는 만큼 전세가가 같이 따라오른다는 것은 이 집에 살고 싶긴 해도 사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런 아파트는 당연히 환금성도 떨어지며 집값도 웬만해선 잘 오르지 않는다.
주상복합
주상복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주상복합은 1층에는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편의시설, 혹은 마트 같은 것들이 있고 그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다. 상권이 아파트 단지 바로 밑에 있기 때문에 생활 편의시설을 누리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보통 주상복합은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 지어지기 때문에 용적률이 500% 혹은 그 이상으로 매우 높다. 용적률이 높다는 것은 각 세대별로 갖고 있는 대지지분이 적다는 의미이다. 땅의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떨어지고 추후 재건축 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관리비가 비싸고 일반 아파트에 비해 전용면적이 적어 실평수가 작다. 상업시설로 인해서 소음이 발생하고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 보안에 좀 더 취약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다만 주상복합이라 하더라도 그 지역의 상권을 모두 흡수하는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대형 몰이 딸린 주상복합은 예외이다. 이런 곳은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형 주상복합과는 다르다.
저층과 탑층
마지막으로 피할 것은 저층과 탑층이다. 요즘 신축 탑층은 괜찮다고들 하지만 탑층은 누수와 결로 등 하자가 잦다. 1층은 베란다 하수구 역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사생활 침해나 엘리베이터 소음 등에 취약하다. 물론 1층은 영유아를 키우는 집이나 노인 가구 등 1층을 선호하는 수요가 있기도 하지만 기피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듯 저층과 탑층은 매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환금성이 떨어지고 시세보다 저렴하다. 물론 내가 살고 싶은 아파트의 로얄층은 돈이 부족해서 살 수 없어 1층을 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조금 더 연식이 오래된 옆 아파트의 로얄동 로얄층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갖고 있는 돈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는 집을 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선택 때문에 나중에 집을 팔 때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팔아야 하거나 오랫동안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좋은 것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할 것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