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실거주 집을 살지 투자 목적의 집을 살지 정해야 한다. 물론 투자 가치가 높은 곳에서 실거주를 한다면 베스트이겠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 투자 가치와 실거주 가치 둘 다 만족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처음엔 실거주와 투자를 다 잡고 싶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 실거주 가치도 높고 투자 가치도 높은 곳을 찾긴 어려웠다.
직주근접이 좋고 실거주 하기 좋은 지역은 성동구, 동작구, 중구, 분당 등으로 다 비싼 지역이었다. 예산에 맞는 곳은 당연히 2~30년 된 구축뿐이었고 대부분 용적률이 높고 대지지분이 적어 재건축이 불가능한 곳들이었다.구축이다보니 전세가율이 낮아 전세를 끼고 사려면 너무 많은 투자금이 필요했다. 신축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너무 비싸 레버리지가 과도했다.
아예 투자로 눈을 돌려볼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50% 전후인 상황에서 괜찮은 곳에 투자를 하려면 최소5~6억 이상의 큰 돈이 필요했다.그렇다고 지방 투자를 하자니 지방 시장을 전혀 모르는데다 지금은 그렇게 할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개발 물건도 봤다. 관리처분인가 준비 중인 재개발 구역 중 우리가 가진 투자금으로 접근이 가능한 물건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현장에 위치한 부동산에 가봤더니 우리가 생각한것과 사업 진행 상황이 좋지 않았다. 부동산 사장님이 투자를 말릴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특히나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을 생각했을 때 적극적으로 목돈을 투자할 시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값이 하락했을 때 실거주면 그나마 거주하면서 버틸 수 있지만 투자는 버티는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아돌아 실거주 물건을 사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가진 예산에서 상급지 신축, 상급지 재건축 구축을 사는건 불가능했다. 입지는 더 좋지만 재건축 가능성은 없는 구축 아니면 좀 더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의 신축 중에 골라야 했다.
물론 신축이 좋긴 하지만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 아니고 임장을 가봤을 때 주변 환경이 썩 좋진 않았다. 인프라가 부족한데 아파트만 새것인 상황이었다. 직장과의 거리도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이사의 가장 큰 목적인 직주근접을 달성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재개발로 세워진 신축 아파트라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등기 상태라 매매할 때 신경써야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설령 등기 문제가 없었더 하더라도 올해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확실히 상급지가 하급지에 비해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높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하락장이 왔을 때 하급지는 가격을 말도 안되게 후려치지 않는 이상 매수자가 붙지 않는다. 시세보다 몇천만원 싸게 내놔도 매수자는 1억은 더 싸게 사고 싶어한다. 그래서 하락장에 거래가 뚝 끊겨버린다.
반면 상급지는 꼭 그 지역의 대장 아파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하락장에도 비교적 거래가 잘 되는 편이다. 가격이 어느정도 하락하면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매수세도 붙는다.
그래서 결국 상급지 구축 실거주를 택했다. 비록 투자 가치는 조금 떨어지지만 입지가투자 가치를 어느정도 보완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는 몇 년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