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중요성(성공과 실패에 대한 복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연암 박지원의『열하일기』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일기(日記)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날마다 겪은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영어로는 diary(다이어리)라고 한다.
일기를 쓰는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본질은 하나다.
기억하기 위함이다.
기억이란 것은 휘발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일기의 형태 즉, 기록으로 남겨서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
일기를 작성하면 먼 훗날 일기를 꺼내 보았을 때
설사 시간이 많이 흘렀을지라도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 여행이라도 한 듯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나는 10월 11일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말이다.
이게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니, 사실 지금도 모른다.
왜냐하면 2020년은 기회의 해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으로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800선을 넘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매일매일이 무서울 정도의 상승장이었기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종목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적절한 매수·매도 시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었다.
그냥 '감'에 의존해서
가격이 싼 것 같을 때 사고
비싼 것 같을 때 팔아서 수익을 봤다.
2개월 동안 약 12%(13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봤으니,
말도 안 되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거다.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데
연달아 3번, 4번을 이기면
은연중에 '내가 가위바위보를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할 테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가위바위보 상대를 찾아들 테고,
결코 지면 안 되는 중요한 게임에서 처참한 패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테다.
마찬가지로 운이 좋아 몇 번의 수익을 보고 나서
내가 주식에 소질이 있구나? 하고 덤볐다가는
패배의 쓴맛을 보며 주식시장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두 달 동안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이십팔세 주린일기를 쓰고자 한다.
물론 과거 두 달 동안의 기록이 끝나고 나면,
현재 진행형의 일기가 될 것이다.
주린일기에는
그날그날의 심정이 들어갈지도 모르지만,
기록 자체는 객관적으로 할 계획이다.
(기록 자체는 객관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기에
과거 기억을 떠 올릴 때 자신의 감정을 덧붙여 재창작을 하게 된다.
과거 기억 그 자체는 분명 객관적인 사실이었을 텐데 말이다.
잘한 건 잘난 내 실력 덕이고,
못한 건 그럴 수밖에 없었던 환경 탓을 하며
자신의 무능함을 합리화한다.
예컨대, 시험을 잘 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던 내 덕이고
시험을 못 보면
그 날 누군가 앞에서 다리를 떨어서,
그 날 아침에 먹었던 샌드위치가 상해서 따위의
그럴싸한 구실을 갖다 붙인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더라면
주위에 있던 모두가 다리를 떨었더라도
시험을 잘 본 이유로 삼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인간은 때론 왜곡된 기억을 갖기도 한다.
학창 시절 봤던 모의고사 중
수리영역에서 단 한 번이라도 1등급을 맞아 본 학생은
자신은 '수리 1등급'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모든 시험에서 3등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지난 두 달 간의 투자과정을 떠올림과 동시에 기록하는 행위가
훗날 투자를 함에 있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70% 확신한다.
바둑이나 장기에는 '복기'라는 훈련절차가 있다.
시험으로 치면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행위일 테다.
지난 판국(시험)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지를 처음부터 돌아보고
다음번엔 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행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만의 '원칙'이 생길 거고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서 수익이 발생하며
발생한 수익을 지켜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에 입문하게 되었던
2020년 10월로 돌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