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바견 도어 스토퍼

by 윤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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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 비용>이란 말이 있다. 조금만 더 신중하고, 조금만 더 부지런했으면 나가지 않을 돈이 나가는건 아무래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방문 틈을 잘못 재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 도어 스토퍼를 샀을 때도 그러했다. 아마도 쿠팡으로 구매한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품이 가능했지만. 당시에는(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본인의 실수로 잘못 구매한걸 반품하는 행위는 좀 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뭐 몇만원 하는 것도 아니고. 윤동규의 멍청 비용은 2만원을 넘어가지 않으면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2만원을 넘어가면… 아무래도 치킨을 먹을 수 있는 돈이니 조금 예민해지긴 하지만. 1만원 내외는 먹어봤자 퍽퍽한 시장 후라이드 통닭이니까 그냥 내지 뭐, 라며 예정에도 없던 자선 사업을 이어간다.


<시바견 도어 스토퍼>가 전혀 스토퍼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혹시나 주변에 누구 가질 사람 없는지를 물어봤다. 다행히 가질 사람이고 뭐고, 친구가 워낙 없어서 물어보지도 못한채로 쓰레기통에 쳐박히게 된다. 아마 재활용 쓰레기일지 일반 쓰레기일지만 명확했다면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버리는 상자>에 들어간 뒤, 몇 주의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에 배경지와 조명을 구매한 나는 뭐 더 찍을거 없나? 하고 그릉그릉대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언젠가 버리는 상자>를 뒤져본 순간, 쓰레기는 유쾌한 경험이 되어 영원히 기록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그 웃음으로 인해 가지고 싶다는 사람이 생기고.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시바견 도어 스토퍼를 선물했다. 그 집의 바닥과 방문 사이는 2cm가 넘기를 바라며.


그날 이후, 헛된 소비를 멍청 비용이라 부르지 않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헛된 소비가 헛되다고 부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헛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헛 된 소비라 부르겠는가. 여기 이렇게 무언가가 되지 않았는가. 같은 생각으로, 오늘도 쓸모 없는 것들을 사들이곤 한다. 본의 아니게 멍청해도 될 용기를 얻어간다.


https://www.youtube.com/shorts/Ar6IDvFPkp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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