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타지마 줄자

by 윤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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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부모님께 휴대폰 바꿔달라 하면 꼭 돌아오는 레파토리가 있다. “전화 잘 터지면 됐지!”. 사실 휴대폰 바꿔달라 해본적이 없는 나로선 부모님의 그 멘트에 적극 공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CD 플레이어로 듣고,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면 된다. 전화 문자 잘 되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 그런 마인드로 평생을 살아온 아이는 서른이 넘어서도 다이소나 보광 D.C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어른이 된다. 그런데 그런 어른은 그러니까, 썩 권장할만한 삶은 아닌가보다.


아마도 이때 즈음 부터, 그런 삶을 벗어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되는대로 그때 그때 사서 기능에 문제 없으면 오케이인. 브랜딩이나 레거시나 브랜드 해리티지 같은건 찾아볼 생각도 없고, 굳이 찾는다면 쿠팡 낮은 별점 순으로 리뷰나 찾아보는 삶. 그것은 뭔가 마음이 가난한 삶이었다. 살아가는데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근사한 삶이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근사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굳이 그것이 아니어도 되는 것을 굳이 그것으로 만드는데에서 온다. 깊이 생각하고 쓴 글이 아니어서 나중에 얼마든지 바뀔 수는 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선 꽤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정의다. 그래, 나 타지마 줄자 필요 없었어. 하지만 그것은 사야만 했어.


우리는 때로(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농어촌 전형의 읍 또는 리 단위에서 초중고를 보낸 뒤 지방 대학교를 졸업하고 뒤늦게 서울에 올라온 무리를 말한다) 예쁜 것들은 곧 사치라는 생각을 한다. 줄자가 다 똑같지 뭐. 예쁜 줄자 쓰면 없던 길이가 늘어나냐? 옷이야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면 됐지. 비싼 옷 입으면 뭐 마법 방어력이라도 올라가냐? 휴대폰이야 전화 문자 잘 터지면 되지. 예쁜 폰 쓰면 뭐가 바뀌냐?


바뀝니다. 꽤나 바뀝니다. 놀랍게도, 별로 인지하지 못했는데도. 제 삶은 타지마 줄자를 쓰던 때와 보광 D.C마트에서 아무거나 사던 때로 나뉩니다. 뭐랄까 그냥 마음가짐이에요. 어디 방송국에서 서프라이즈로 찾아와서 카메라 들이밀며 “여기 타지마 줄자를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만, 여기 타지마 줄자를 사는 나와. 그것을 쓰는 내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연히 산 줄자가 타지마사에서 나온 것과는 다릅니다. 저는 <타지마>라는 회사를 선택했고. 그 브랜드가 주는 해리티지와 레거시. 믿음이나 멋, 톤 앤 매너나 자부심을 구매합니다. 그것은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줄자 하나 산다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하시겠지요. 저도 쓰고 보니까 좀 후회되긴 합니다만 이 에세이 자체가 호들갑을 떨고 싶어 시작한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정리하자면, 저는 타지마 줄자를 통해 세가지 즐거움을 경험했습니다.

1. 기능이 아닌 예쁘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는 행위의 즐거움.

2. 예쁜 물건을 촬영하고 간직하는데에서 오는 즐거움.

3. 예쁜 물건을 사고, 촬영하고, 간직하는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

아무래도 지금이 바로 그 세번째 순간이겠지요. 타지마 줄자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xGNmXoqpq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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