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Transfiguration, Nobody - Selena Gomez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가 된다
과거의 사건들을 되짚으며 <관계는 처음이라>를 완성하고 나서, 좀 많이 센치해졌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노래를 들었습니다.
셀레나 고메즈라는 가수가 가족과 같았던 오래된 친구의 죽음을 공연 중에 전해 듣고 부른 노래였어요.
노래를 들으면서, 울음이 쏟아졌습니다.
문득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가 된다'는 문장이 다시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이전에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인연이든 언젠가는 인연이 끝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친구가 되기를 선택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우리는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수 있고, 그렇게 뜻하지 않은 때에 헤어지게 될 수도 있는데 친구가 된다고요.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이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죽는 것도 죽음이지 않을까?'
과거의 나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 아닐까.
그때의 나와, 그때의 사람들, 그때의 우리는 다신 돌아오지 않는 고인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아아, 우리는 죽어버렸구나.'
'내가 사랑한 그도, 그가 사랑한 나도 죽어버렸구나.'
'아아, 우리는 그럴 걸 알면서도 친구가 되기를 선택했던 걸까.'
생각하다 보니, 그토록 소중했던 그들을 향해 이제껏 한 번도 진심으로 용기 내 마주하고 애도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게 또 너무 아리고 슬프더군요.
한바탕 속 시원히 울고 나서, 그렇게 추모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도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과거를 버리지 못하면 분노와 복수심에 발목이 잡혀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이영산 저서『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324쪽,
부재의 감정을 알게 되면 소중한 사람을 곁에 두겠다는 욕심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 아픔을 알기에, 죽을힘을 다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무력감을 알기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사랑하는 만큼 놓아버린다.
소중한 추억일수록 바람 속으로 떠나보내는 것이다.
이영산 저서『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355쪽
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그때의 마음들을 심심한 위로와 함께 바람 속으로 떠나보냅니다.
만약 소중했던 관계가 끝나버려서 힘든 적이 있거나, 힘이 드는 날이 온다면 마음껏 애도해 보아요.
그래도 됩니다. 그들은 이제 죽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