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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 Feb 09. 2021

보통 사람들의 전쟁

<보통 사람들의 전쟁> 독후감 


* 1-2부는 오프라인 토론으로 진행함. 


많은 분들이 말했듯, 이토록 구체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점에서는 끝까지 감탄했다. 사실 그의 차별 받은(…) 성장 과정, 유수의 대학을 나와 실리콘밸리가 원하는 인재상이 된 것, 그리하여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선한(…) 마음으로 자본을 창출(…)하는 것 등 지적으로 뛰어난 이 사람의 전사는 사실 자신이 주장하는 기본 소득에는 그닥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기본 소득이 없어서 충분히 잘 살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점에서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것 역시 결핍 없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지적 여유일까, 이런 생각도 했다. 오오 이것이 바로 기름진 토양 위에서만 자라는 이타심과 사명감일까…. 


밑밥이라고 말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촘촘하고 성의있는 몇 백페이지를 읽고 나면 ‘기본소득’을 통한 ‘인간적 자본주의’의 실현이라는 구체적 방안이 남는데, 이 점이 무척… 이 책의 득이자 실인 것 같다. 실컷 한숨 쉬게 만들었으니 나름의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책임은 득이며, 실은 ‘인간적 자본주의’ 그 자체다… 이 주장에 반발하는 순간 저자의 모든 성의와 논리가 해쳐질 우려가 있다고 생각된다(아 고작 기본소득 이야기 하려고?! 교관은 저자에게 실망했다, 라고 외치게 됨). 그래서 나는 우리 클럽의 취지에 맞게 세상을 좀 더 사려 깊게, 또는 경각심을 갖고 성의 있게 살아내야겠다는 저자의 사명감을 나눠가져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까지 읽어냈다.


‘인간적 자본주의’라는 말은 기묘하다. 인간이 주체가 되는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어불성설인 것 같다. 그러면 자본적 인간주의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잉여가 발생한 이후부터 인류의 자본주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집단의 욕심과 기호에 맞게 모습을 달리해왔고, 이는 절대적으로 인간의 욕심에 기인한다. 인간적 자본주의를 내세우는 저자는 개개인이 가진 욕심의 절제를 각자의 사명감에 기대어달라 요청한다.(하긴 타인이 절제하는 세상은 심각히 퇴보적이다) 앞에서 한숨 푹푹 쉬게 한 것과는 다른, 아주 상냥하고 낙관적인 태도다. 나는 여기서 앞서 2부에 제시됐던 결핍과 아이큐, 결핍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낙관으로 향할 수 있는’ 인간이 되려면 복합적인 북돋음이 필요하다. 주체로서 낙관이라는 가치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만족하 는 ‘나’로서의 존재감,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문제적인 욕심을 야기하는 모방된 욕구들, 이를 충분히 고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성찰력과,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차분히 해낼 수 있게끔 주어지는 정신적인 여유로움 등이다(보통 이거 되려면 몸부터 쉬어야 한다). 앞서 말한 시간들이 결핍되면 인간은 목이 뻣뻣하게 굳는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대량 실업과 기계화를 막을 수 있는 지적 방안을 고찰하는시간을 제공했다기보다는, 내가 뻣뻣하게 굳은 원인을 설명해주는 사려 깊은 의사의 진단으로 다가왔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점에서 아주 상냥하고 맞는 말이고, 당연하기까지 한 것 같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뿐이다. 이 세상에 사람은 너무 많고 그들은 각기 다른 모양의 결핍을 가지고 살아가므로... 그러니 중요한 건 언제나 굳은 목을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배제된 시장에서 인간을 지키는 첫 번째 사고인 것 같다. 지금도 목 푸는 중이다(아프면 또 세상이 작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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