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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Jul 21. 2023

module 4. 관계 상대성 법칙

우리가 인별그램에 집착하는 이유

 E=mc2


 이는 질량과 에너지가 사실은 하나이며 상호 교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공식이다. 한 천재과학자가 이 사실을 입증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원에 우뚝 선 바윗덩어리는 힘이 없었다. 움직이지 못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런데 정지해 있는 바위도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것이다.


 이 공식을 관계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관계의 힘, 영향력(E)은 mc2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m과 c를 그토록 갈망하는 것이다.




 관계가 생기려면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개 누군가의 액션(action)과 상대방의 리액션(reaction)으로 관계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그게 액션이든 돈이든 간에. 그렇게 해서 유지되는 관계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 힘은 서로를 강력하게 끌어당기게도 하지만 멀찌감치 밀어내기도 한다. 기념사진을 한번 보라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아마도 나와는 거리가 좀 있을 거다. 그리고 고개 각도도 좀 돌아가 있을 거다. 나와 반대방향으로.


 그런데 애정과 관심이 폭발하는 초기 단계에는 문제가 없다. 서로 에너지를 투입하려 들고 밤새 통화를 하고도 힘든 줄을 모른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의존성이 줄어들면서부터다. 심지어 관계유지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양에도 미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서로 눈치를 보며 에너지 효율을 따진다.


 이때부터 관계 상대성 법칙이 작용한다. 영향력이 약한 사람 또는 의존성이 강한 사람이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위계 조직에서 그 현상은 잘 드러난다. 북조선최고인민회의장을 가 보자. 단상 중앙에 자리한 김정은이 박수 세 번 칠 때 좌중에 있는 일개 병사도 세 번 쳤다간 큰코다친다. 다음 회의석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소 9번은 쳐야 한다. 그것도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그래야 관계가 유지된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반 아이들은 반장에게 앞다투어 먹을 것을 갖다 바친다. 그게 우리가 자꾸 강해지려는 이유다.


 주위만 봐도 그렇다. 부서 회식 때 수저 세팅하고, 주문하고 물을 따르는 이는 누군가.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이다.




 건축설계가 그렇듯 관계도 균형이 중요하다. 아무리 아름답고, 창의적이며 웅장하더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건축물은 오래가지 못한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평화롭게 관계가 유지되려면 균형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뇌는 끊임없이 균형을 계산해 낸다. 그런데 또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해준 게 대체 뭐냐란다. 돈이나, 시간처럼 눈에 보이고 계산이 가능한 건 그나마 낫다. 술 한잔 얻어먹으면 다음에 사면된다. 이문이 남지 않는 거래처를 우리는 가만 두지 않는다.


 문제는 애정이나 관심, 희생처럼 보이지 않아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내가 너를 얼마나 끔찍이 생각하는지 알지?" 그런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운가. 혹여라도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사달이 난다. 오죽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고대 법전이나 경전에 등장했겠는가. 우리는 그렇게 내로남불이다. 뺨 한 대 맞으면 원투 스트레이트가 날아가고 기분 나쁘다고 밥상을 뒤엎는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도 거기서 나왔다. 받은 건 기억에 없고 준 것만 기억난다.


 은근슬쩍 균형을 깨기도 한다. 그러면서 위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세 명이 이동하는 데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뒷자리로 가고, 건배하며 누구 술잔이 더 높은지 눈치를 본다. 관계나 대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서열 때문에 들소의 꼬리밖에 받지 못했던 과거 조상들의 유전적 특성이 나오는 거다.




 E=mc2. 

 그렇다면 우리를 좀 더 나은 입지에 서게 만드는 강력한 힘(E)의 원천은 뭘까. 씁쓸하지만 돈(money)이 아닐까. 냉엄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보다 강력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웬만한 건 그걸로 다 된다. 이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다른 하나는 매력, 재능(charisma 또는 charming)이다. 우리는 SNS의 팔로워수를 우러러본다. 물체의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운동력이 올라가듯, 팔로워수가 늘수록 영향력도 올라간다. 오늘도 내가 보고, 먹고 입은 걸 그럴듯하게 꾸며 SNS에 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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