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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Dec 10. 2023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1969년 어느 날

아내가 인근 빵집에서 식빵을 사 왔다.

식탁 위에 놓인 빵을 바라보고 있으영상 하나가 슬며시 떠올랐다.

아직도 아련하게 기억나 그날 사건.


 영상으로 남아있는 국민학교 2학년 어느 날, 마지막 수업을 학교 운동장에서 했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은 인원 체크를 했고, 잠시 앉아서 기다려라 말씀하시고는 반장과 함께 학교 건물로 가서 큰 보따리 들고 오셨다.


', 옥수수빵이다!'

그 시절에는 이틀에 한 번씩 학생들에게 옥수수빵을 급식했다.

그날은 빵을 는 날이었고 수업 마치자 선생님이 운동장에서 직접 나누어주셨다.

친구들 입이 찢어졌고 폴짝폴짝 뛰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렇게 생긴 빵이다)


“분단별로 똑바로 줄 서거라”

"네!~~~"

우당탕탕 먼지를 날리며 친구들이 줄을 섰다. 나는 키가 커서 우리 분단 맨 뒤에 섰다.

옥수수 향기가 람을 타고 내 콧속으로 솔솔 들어왔다. 빵이 앞에서 뒤로 전달되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옥수수빵이 뒤로 뒤로 넘어오더니 내 앞 친구까지 와서 '' 소리를 내며 멈췄다.

선생님이 쭈욱 둘러보시고는

"다 받았지!" 하셨다.

친구들이 "네에!!!" 소리쳤다.


악 안돼 난 안 받았단 말이야

'선생님, 저 안 받았어요!' 크게 말했는데, 소리가 목에 걸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조심해서 집에 ~~" 선생님 말씀에 친구들이 와~~~ 하며 흩어졌다.


.

빵.

안.받.았.어.요.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운동장 사막으로 변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눈에서 눈물이 뚜욱 떨어졌다.


집에 와서 방으로 들어갈 때 엄마가 물었다.

"니 오늘 기분 나쁜 일 있었나?"

"아… 니"

 들어가자마자 이불을 덮고 누웠다.

자꾸 눈물이 흘렀.


잠시 후, 엄마가 방문을 열더니 또 물어보셨다.

"오늘 누구하고 싸웠?"

"아… 니다"

"그라모 와 죽을상을 하고 있노, 니 울었나?"

"아. 니. 다. 니까!!!"

다시 이불을 홱 덮었다.

이불속에서 계속 훌쩍거렸다.


살포시 잠이 들었나 싶는데

누가 이불을 슬며 걷었다.

엄마였다.

"자, 이거 어라"

빵이었다. 크림빵 두 개였다.


아니, 엄마가 어떻게 아셨지?

내가 빵 못 탄 것을...


이불 밑에서 옥수빵을 생각하며 크림빵을 꼬물꼬물 먹었다.

빵 위로 눈물 몇 방울이 떨어져서 맛이 짭짤했다.




식탁 위에 놓인 식빵이 그날의 옥수수빵으로 보였다.

아내에게 말했다.

“이 식빵 진열장에 넣어고 싶은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없다 --괴테



사진 출처 :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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