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한국을 다녀온 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간다. 지난 몇 년은 나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나이 들어 이제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었고, 큰딸은 대학생이 되어 뒷바라지하느라 허리가 점점 휘어감을 온몸으로 체감하기 시작했으며, 작은 딸의 사춘기는 극에 달하고 있었고, 대출 이자율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 불안한 날들이 시작되었고, 직장에서는 매니지먼트에 치이고, 교실에서는 학생들에게 치이고, 즐거운 일은 일도 없고.... 하루하루가 어느새 벗어나고 싶은, 얼른 출구를 찾지 않으면 돌아버릴 거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고 내가 한 모든 일들이 나름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수시로 묻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더해지는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웠고, 견디기 힘들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너무 힘들다, 쉬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할 때쯤 들려왔던 형부의 죽음.
몇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 마주한 언니의 현실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작은 일들에 일희일비하며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 낭비를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죽음 앞에서는 그 모든 걱정과 삶의 무게가 얼마나 초라해지던지....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아있고, 사랑하는 내 가족을 돌볼 수 있고, 그들과 또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 아직도 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고 힘들었던 건지...... 저절로 반성이 되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철이 들려면 멀었나 보다.... 요즘은 생각을 고쳐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갱년기 증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노력 중이며, 큰 딸은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대견하고 잘 먹고 건강하게 있으니 더 바랄 게 없고, 작은딸의 사춘기 역시 힘들기는 하나 이 시기도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려고, 지금은 본인도 힘든 시간이니 좀 봐주기로..... 이자율은 내가 마음 졸인다고 내려갈 거 아니니 그냥 잊어먹고 있기로... 직장은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고마운 곳이니, 일이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다니기로.... 힘들다고 짜증 내고 한숨 쉬던 일상이 이제 많이 남았으면 넉넉잡아 반세기도 남지 않은 내 삶의 소중한 시간들이라는 것을 하루하루 되새기며.... 오늘도 힘든 하루를 잘 마치고, 내일도 또 파이팅을 해 보련다. 선물같은 나의 소중한 시간들, 하루 하루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매일 나는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