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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Apr 03. 2024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엄마의 자리

오늘도 작은 딸은 학교를 안 가고 집에서 푹 쉬고 있다. 수요일이면 정규 수업이 아닌 취미활동 위주의 수업이다 보니, 학교를 갈 필요성도, 재미도 없다는 게 딸아이의 주장이다. 앞으로는 수요일에 학교를 안 가겠다고 나오니 이 사태를 어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집 안팎으로 엄격하게 통제된 고등학교 생활을 경험했던 나나 남편은 학교를 안 가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둘째는 재미도 없고 하는 일도 없이 시간 낭비하는데 왜 굳이 학교를 가야 하냐며 안 간단다.


어려서부터 너무 자기 의사를 존중해 줘서 저렇게 된 걸까, 너무 버릇없이 키웠던 건 아닌가  후회가 막심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믈이니 쓸어 담기도 안 되고.... 강압적으로 학교에 끌고 갈 수 도 없는 노릇이라 일단 그냥 놔두고 출근을 했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연히 학교 복도에서 다른 부서에 있는 애가 다섯 인 동료를 만나 애들은 잘 크냐 안부차 물었더니 첫째가 고등학교를 자퇴했다며, 첫째는 본인이 뭘 해야 할지 집에서 고민 중이란다.  

나만 애 때문에 골머리를 섞는 게 아니라니 한 편 위로도  되고 한 편 얼마나 마음이 안 좋을까 동병상련을 느끼며, 다시 한번 깨달음이 온다. 내 맘대로 아이를 키우는 건 불가능이라는 걸.  학교를 가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본인이 결정하고 책임지게 하는 게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을.  다만 나는 그 곁에서 지켜보며 항상 너를 지지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거 외엔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오늘은 집에 가서 진지하게 수요일에 학교를 안 갈 거면 어떻게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야 할지 얘기를 해 봐야겠다.


아이를 믿어주고 지지해 줘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언제까지나 다 허용하고 지 결정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언제 절대 안돼를 외쳐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적당한 선을 누군가 옆에서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난 엄마의 역할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더 궁금한 건 왜 이리 더 힘들어지는 걸까, 언제쯤 좀 수월해진다는 그런 시기가 있긴 한 걸까... 별일 아닌데  나만 힘들다고 징징대는 건가.... 마음을 좀 단단히 먹어야 하는데, 진짜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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