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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Jul 27. 2020

히말라야 짐꾼 포터와의 의견 충돌, 만신창이가 되었다

쿰부 고쿄 호수 가는 길,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단 해보기

2017.10.24, 화 오후


* 셰르파

셰르파란 티베트어로 동쪽 사람이라는 뜻이며 티베트계의 네팔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또한 히말라야의 안내자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이들은 히말라야 로지에서 필요한 여러 가구, 식자재, 음료 등을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또한 트레커들의 배낭 짐을 나눠 등반하기도 한다. 각 국의 언어 습득 및 히말라야 트레킹 지역의 지리 파악이 되면 다음 단계인 가이드 겸 포터로 고용이 된다. 그리고 경력이 많이 쌓이고 언어가 자유로워질 경우 전문 가이드로 고용이 된다. 트레킹 하며 만난 세 부류의 셰르파들에게 물어 알게 된 사실은 일의 강도와 수익성 면에서 이들은 전문 가이드가 되기를 꿈꾼다. 어린 나이에 포터(짐꾼)로 시작하여 가이드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 한다고 했다.


  "라즈! 우리만 가는 게 아니고 아저씨와 그의 경험 있는 가이드 람도 함께 할 거야. 너도 향후 전문 가이드가 되려면 새로운 코스도 경험하는 게 좋지 않겠어?"


  라즈에게 제안했다. 오늘따라 유독 걸음이 빠르고 비협조적이었던 녀석. 트레킹 하며 만났던 포터들 중 어린 편에 속했던 그는 하루 이틀 더 일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건! 나 못 가겠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평소와 달리 그는 너무나도 단호하게 렌조 라 패스를 넘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갑자기 몰려드는 불안한 기운과 함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순간 멍한 느낌이 들었지만 우선은 계속해서 라즈와 대화를 시도했다. 


  "너는 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처음부터 안된다고 하는 거야? 한번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안된다고 할 수도 있지 않아? 나는 너와 함께 여기까지 왔는데, 네가 못한다고 하면 나는 어떡하냐?"


  라즈는 아무 말 없이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라즈! 너는 할 수 있어, 우리에겐 경험 있는 가이드 람도 함께 하잖아."


  오히려 나는 나 같은 포터를 만나길 바랬지만 주객이 전도된 거 같았다. 내 생각이겠지만 아무래도 라즈는 처음 경험해야 하는 코스이기에 갑자기 흐려진 날씨로 인해 순간적으로 걱정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만약 전체적인 트레킹 일정이 늘어나면 오히려 나는 라즈에게 돈을 더 줘야 한다. 그리고 라즈는 돈을 더 벌 수 있을 텐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약 라즈가 정말 갈 수 없다고 할 경우 그를 내버려 두고 나 혼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라즈에게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라즈! 그럼 이따 저녁에 람과 이야기해봐. 그래도 정말 어려울 거 같으면 가지 말자. 그러나 너도 앞으로 전문 가이드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니 이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 너를 위해서도 좋은 기회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먹구름과 강추위로 인해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마음까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라즈였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다운이 된 거지?'


  라즈의 얼굴 표정과 예상치 못한 태도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불편하기도 했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고용한 포터라고 무조건 내 마음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가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며 기다려 보기로 했다. 돌산과 빙하를 오르내리며 쉽지 않은 트레킹을 했다. 출발할 때 3시간을 예상했으나 2시간 10분 만에 에메랄드빛 호수가 있는 해발고도 4,790m 고쿄(Gokyo)에 도착했다.


고줌바 빙하를 넘어가는 길.
고줌바 빙하. 많이 녹았지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와, 예술이다! 이렇게 높은 곳에 호수가 있다니.'


  태어나서 본 호수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곳에 있는 고쿄 호수.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내일 맑은 날씨에서 보면 더 아름다울 거 같았다. 


바람 따라 호수 위를 스치듯이 지나가는 구름.
고쿄 호수와 마을 전경.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았지만 다음 날 맑을 때 촬영한 사진을 기대하시라.
숙소에 도착하여 찍은 영상. 여전히 호흡이 진정되지 않았다.


  내일은 고쿄리(Gokyo Ri)를 다녀온 후 오후에 주변 산책을 하며 편하게 쉴 예정이다. 더부룩한 속과 함께 갑자기 악화된 날씨와 예상하지 못한 라즈의 태도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치는 하루였다. 또한 그동안 계속해서 쌓인 피로로 인해 몸이 휴식을 요구하는 거 같았다.


  로지 식당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차분하게 휴식을 취했다. 너무 피곤해서 방으로 가려던 찰나, 갑자기 라즈가 나를 찾아왔다.


  "건! 내일 하루 쉬었다가 모레 렌조 라 패스까지 같이 넘어보자."

  "잘 결정했어. 고마워. 같이 가보자 라즈!"


  '녀석! 아까는 많이 힘들고 지쳤었나 보네'


  촐라패스를 넘어오느라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라즈의 말 한마디를 듣는 순간 지친 몸보다 더 지쳐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방에 들어와서 물티슈로 간단히 몸을 닦았다. 못 씻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를 돌아보니 오늘 고쿄까지 오는 길 중간중간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힘들었다. 엄청 큰 돌 산을 넘고 빙하를 오르고 다시 큰 돌산을 올라 어렵게 넘어온 촐라패스. 그 이후부터 갑자기 나타나서 앞을 가렸던 먹구름과 강추위. 거기다 라즈의 예상치 못한 태도까지. 무엇보다 마지막에 나타났던 오르막 너덜길을 오를 때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한 걸음 내딛기 조차 힘들었었다. 그러나 내가 지나온 순간들을 돌아보며 '나는 이곳 또한 넘을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디뎠고 결국 이곳까지 왔다. 트레킹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큰 산을 넘기 전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먼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만약 내가 마지막 오르막 길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거나, '이걸 또 어떻게 넘지'라는 생각을 했다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힘든 순간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경험을 통한 배움과 깨달음이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다시 한번 촐라패스를 넘어보겠냐는 제안을 한다면 나는 절대 그 사람과 말도 섞지 말아야지!


정말 힘든 고개였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넘을 수 있었다.
감자볶음, 소스, 마늘 수프로 저녁을 먹었다. 나는 고기가 먹고 싶었다.

  어제, 오늘 동양인을 아예 보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서양인들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만큼 이 곳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트레킹 코스라는 것이며 그런 코스를 트레킹 하는 나 역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좋게 말하면 특별한 건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냥 또라이 같았다. 막무가내로 가고 있는 나란 사람. 갈수록 피로가 누적되고 체력은 떨어졌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코스를 지나며 거대한 산을 넘어가는 스스로가 대단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스스로를 격려했다. 오늘 밤도 꿀 휴식을 기대하며 따뜻한 물 병을 몸에 안고 침낭으로 들어갔다.


* 가이드와 포터들이 싫어하는 루트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촐라패스를 넘기 위해 오르고 내려야 하는 가파른 낙석 지대는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 경우 많이 위험하기 때문에 가이드와 포터들이 싫어하는 루트라고 한다. 올라갈 때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고개를 넘어 내려오는 길이 험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라즈 역시 평소보다 더 힘들고 예민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국가, 300개 도시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동기부여(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전역), 도전, 성취, 강연,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달리기(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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