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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y 24. 2020

우리 교육에 부족한 것 : 질문력(1)

글로벌 시대에서 변화된 인재상과 그런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

질문력(質問力) :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하여 적절하게 물을 수 있는 능력


  우리나라 기성 교육의 관점에서 ㅡ 사실 유교사상을 뿌리 깊은 가치관으로 둔 나라들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관점이지만 ㅡ 질문은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학교가 정해준 대로, 상사가 시키는 대로 수행해야 하며 토를 달지 말라고 교육받아온 세대에게 격변하는 사회는 너무 낯설기만 하다. 이들이 모종의 '답'을 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자아성찰로 회귀하는 1차원적 질문들일 것이다. "전 앞으로 뭘 해야 하죠? 이렇게 하는 것 맞나요? 저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요?"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것이 우리 잘못이 아니다. 단지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것일 뿐.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이런 사고방식이 식민지를 통치하기 위한 일제시대 때부터 당연지사 내려온 흔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식민통치 시대나, 독립 이후에도 여전했던 군대식 통치를 겪어왔던 나라이다. 현재 젊은이들이 겪어왔지 않더라도 적어도 현재 기득권층이나 우리 부모 세대는 이러한 이념을 피부로 겪어왔던 세대들이다. 80년대부터 민주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민주주의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해 기존 관념과 분투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Leadership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만 보더라도 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Boss와 Leader의 차이를 설명한 그림. Boss(왼)는 하부 조직을 수평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고, Leader(오)는 수직구조의 조직을 managing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적 이념도, 세대도 완전히 바뀌었는데 위계적인 수직구조 문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과거의 교육방식을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세대론적인 관점은 고사하고, 당장에 이 아이러니를 우리 세대부터 미래 세대들에게까지 그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질문력이 있는 사회인지를 알아보는 지표는 의외로 일상적인 것부터 찾을 수 있다. 가령, 취미가 무엇인지, 그 활동을 왜 좋아하는지, 학업이나 근무 외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등 일상적인 질문을 던져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자신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던 사람인지를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질문을 장려하는 사회인지도 알 수 있다. 물론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사교육 영어강사 나부랭이가 떠들 말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학원 강사면 돈이나 받고 영어만 가르치지 애들 인성까지 관리하려고 들지 말라는.. 협박에 가까운 잔소리(?)까지 학부모에게 들은 적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생각, 나의 말을 서포트하고자 교육공학 전공의 대학원으로 학벌 세탁(?)을 시도했다.)


  나는 학기 별로, 분기 별로 새로 만난 학생들에게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항상 같은 질문을 던진다. "너는 뭘 좋아하니? 취미가 뭐야?" 그렇게 물으면 10명 중 9명은 영화 보기, 음악 듣기, 그림 그리기, 게임하기 중 하나를 골라 얘기한다. 아니,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다르고 각자 성격도 다른데 취미만큼은 온 국민이 짜기라도 한 듯, 부모님이 누가 그렇게 물어보거든 이렇게 대답하라고 가르치시기라도 한 듯 같은 대답을 한다. 나도 역시 전형적인 우리나라 학생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 대답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대학을 들어가고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이 대답에 충격적인 반문을 했던 친구가 있었다. '취미가 음악 듣기'라는 내게 너무 뻔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건 매일 하는 일 아니니? 귀만 잘 들린다면 말이야"라고 비꼬며 다른 재밌는 취미 없냐고 물어보던 한 미국 여자아이.. '그렇지. 매일 하는 일이지. 이런 게 취미 아닌가? 그럼 네 취미는 뭔데?'라고 질문하는 나에게 그 아이는 뿌듯하게 대답했다. "나는 디제잉해."


  즐거움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하는 활동을 취미라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일상적인 취미조차 획일화된 관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을 여러 개 찾아 믹싱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용으로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음악 공유 사이트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는 그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이 취미를 왜 즐거워하는지 명확하게 말해내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질문하지 않았고, 설령 질문하더라도 이에 답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다 몇 년 후,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질문력의 중요성'을 알리기 시작한 계기는 다름 아닌 '고등 래퍼 2' 프로그램이었다.


개인적으로 감명깊었던 고등래퍼2 우승자 김하온(HAON)의 싸이퍼


  내가 가르치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또래의 학생이 나와서 랩을 하는데, 흔히 요즘 말하는 FLEX(돈 자랑)의 가사도 아니면서, 나도 던져본 적 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자주 던져본 듯, 또 그 질문에 답을 이미 찾은 듯 눈을 감고 쭉 랩을 해나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래, 저거다. 지금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그들과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이들을 자극시킬 수 있는 사례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강의 들어가는 모든 중고등부 클래스에서 30분 동안 "고등 래퍼 2 봤니?"로 시작해서 "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지 말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로 끝나는 강연을 펼쳤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이 더 신기했다. 보통 수업 진도가 아니라 썰 풀어주는 시간은 학생들의 집중도가 더욱 올라서인지(;;;) 평소 같았으면 멍때리거나 웃기 바쁠 텐데, 아이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질문도 많아졌다. 다음 시간 수업 들어가야 하는데 진로 상담을 해달라며 교무실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늘었다. 그 순간 내가 희미하게 느꼈던 생각이 정답이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역시나 입시가 강조된 우리 교육에서 학생들은 '질문하는 ' 대해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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