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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May 30. 2021

첫 지구여행을 기억하며

국경 밖으로 아이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던 그때

인생에서 남는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결혼 전에 배낭여행을 여러 번 다녔었다. 결혼하고 난 뒤 1년에 해외여행을 한두 번은 가자고 아내와 정해서 우리의 버킷리스트로 삼아 여행 통장을 따로 만들어 얼마간 저축해서 돈을 모았다. 그리고 매년 어디를 갈지 계획을 짜서 몇 년치 계획을 세워놓기도 했다. 여러 곳을 다녀오긴 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힌 작년 봄부터 지금까지 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 대유행 바이러스인 코로나 19가 나타나기 전 마지막 국경을 넘어본 것이 2020년 1월이었기에 기다림은 1년을 넘어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덕분인지 아닌지 여행 통장에는 차곡차곡 다음 여행을 위한 자금이 쌓이고 있고 우리의 여행 기록은 잠시 멈춤 상태에 있다. 멈춤 상태에 있으면서 장기간 여행을 가게 되면 그날그날 짤막한 일기를 써서 기록으로 남겨두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그 순간을 담았는데 졸필이지만 우리가 머물렀던 그 공간과 낯선 이들과 보냈던 시간을 한데 모아 글을 써서 책으로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과정은 일상의 장소를 벗어나 시간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눈과 입과 귀가 흥분과 긴장으로 팽배해지는 일련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건 여행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일부분이고 그전에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 기간과 갔다 와서 마무리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 여행지를 고르고,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고, 무엇을 볼 지 생각하고 함께 여행을 떠날 이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전반전이라면 계획대로 움직이든지 돌발 상황이 발생하던지 여행 기간은 후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연장전인 마무리 작업이 있어야 여행이라는 게임을 온전히 마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떤 경우의 여행이든지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여행의 총체를 담았다고 할 수 있고, 고민 없이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도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선택과 숙고의 시간을 거치기 마련이기에 여행을 다녀온 후의 작업도 그 시간들을 정리하는 작업이기에 중요하다고 본다.


다녀와서는 이러한 마무리 작업을 위해 여행 기간 동안 썼던 메모, 일기와 사진, 동영상, 여러 자료를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위한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선정하는 기준으로는 먼저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는 자유 여행이어야 했고, 장거리 여행이면서 장기간 여행을 한 나라들이고, 걷고 보면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나리여야 했다.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의 여행을 자유 여행으로 다녔기에 선택지는 여러 곳이었지만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를 간 곳도 여러 차례라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의 나라들은 일단 제외를 시키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터키, 그리스,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를 다녀온 <아이와 세계를 걷다>를 출간했고 이어서 러시아, 미국 동부와 서부, 캐나다를 여행한 <아이와 세계를 걷다 2>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떠날 예정으로 계획했던 나라들을 갔다 와서 책을 쓰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19로 인해 인접 국가들을 다녀온 기억을 토대로 하나의 글로 정리하게 되었다.


홍콩과 마카오는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떠난 해외 여행지였다. 겨울에 떠났기에 조금 따뜻한 곳을 가고 싶어 했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에 안전한 곳이어야 했다. 2015년에는 홍콩 민주화가 폭력적으로 진압되기 전이었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지내고 있었기에 선택할 수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나의 여행 리스트 중에 있던 곳이었는데 너무 좋은 날씨와 풍광, 사람들 덕분에 즐겁게 지내다 온 기억이 있다. 지금의 모습을 쌓기까지 오키나와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고 류큐 왕국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중국 상하이, 난징, 항저우를 갔던 건 순전히 베이징을 훨씬 전에 갔다 왔었고 발전하고 있는 경제대국 중국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중국 국경절 연휴와 겹쳐서 어마어마한 인파 속에서 고생을 나름 했지만 그것도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였다. 일본 큐슈는 우리나라와 매우 가까워서 한국어 설명도 잘 되어 있고 일본 고대 문화를 느끼기에 좋았던 곳이었다. 여름에 가서 우리나라보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꽤나 흘렸지만 큐슈 일주를 하면서 다양한 도시들을 다녀보았다. 필리핀으로는 첫 휴양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을 빼곤 지금까지 모든 여행이 걷고 이동하고 보고, 공부하는 여행이었다면 정말 느긋하게 한 곳에 머물며 쉰다는 느낌을 받은 여행이었다. 그래서 약간은 번외 편처럼 느껴지기도 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해서 홍콩과 마카오, 일본 오키나와, 중국 화둥 지방인 상하이, 난징, 항저우와 일본 큐슈, 필리핀 세부까지 우리와 가까운 나라들을 다녀온 기록을 차근차근 다듬어 내보이게 되었다. 이 나라들은 워낙 우리나라에서 가깝고 교류도 많은 이웃나라들이라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 서로 높고 익숙한 문화적 배경에 정서적 괴리감도 크지 않아서 여행하기에 좋았던 나라들이었다. 특히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렸던 품에 안고 다닌 시절에 떠난 첫 여행에서는 가까운 비행 거리와 익숙한 음식, 풍경은 여행의 기분을 내면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일단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음식과 기후, 안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면에서 합격을 받았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두 눈에 담아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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