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의 역사는 한낮의 태양과 비, 바람, 인간을 위협하는 동물들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중에서도 지붕을 이루는 서까래는 외형과 내부의 아름다움을 위해 수 세대를 거쳐 발전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특징 들은 나무를 재료로 한, 동양의 건축물들에서 잘 나타나며 우리 또한 절이나 오래된 고택의 서까래와 대들보 등에서 볼 수가 있다.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시기 집을 짓는 재료들은 가까운 곳에서 가져다 써야 했던 만큼 왕권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간들은 자연 생김 그대로의 나무를 사용하여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소나무는 특정 지역을 빼고 대부분 휘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휘어진 나무의 쓰임은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시공 과정에서 휘어진 나무를 받듯 하게 다듬으려면 휘어진 만큼의 굵은 나무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굵은 나무를 운반하는 과정과 다듬는 양에 따라 발생하는 인건비를 계산한다면 생김 그대로의 나무를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특히 대들보는 그 휘어짐이나 굵기가 상당하다. 한옥에서의 대들보는 집을 지키는 성주신이 사는 곳이다. 그만큼 중요한 부재로 진흙과 기와를 올린 지붕의 무게만도 수십 톤이 나간다. 수덕사 대웅전에는 소의 혀를 닮았다 하여 '우미량'이라 붙여진 들보가 있다. 이런 나무를 어디서 구했나 할 정도로 신기하게 생겼는데 휘어진 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못을 사용하지 않는 한옥의 나무 구조는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 있는 장부라는 것이 있어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층과 층 사이를 잡아 주는 방법은 사선으로 상부를 받쳐주는 것이 전부인데, 수덕사 대웅전의 우미량는 휘어짐이 심한 나무를 다듬어 층을 연결하고 안정감과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했다.
한옥의 특징 중 하나는 휘어진 나무들을 이용해 위에서 내리는 많은 무게를 구조적으로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나무는 태양을 보기 위해 자신의 몸을 휘어 자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오래전 목수들은 사람의 인체에 비유해 휘어진 안쪽을 '배'라 하고 바깥쪽을 '등'으로 표현했다. 이는 '등'쪽이 '배'쪽보다 버티는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인식시켜 나무를 쓸 때 '배'와 '등'을 구분하여 쓰게 하였다. 그만큼 억지스럽지 않게 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힘의 원리를 이해해 나무집을 지었다.
이와 반대로 휘어진 안쪽 부분을 위로 향하게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하인방이라는 구조재로 기둥 하부에 놓여 나무가 틀어지면서 이탈하는 현상을 막아 주는 부재이다.
하인방이 놓이는 자리는 무의식 중에 발에 걸려 넘어지기 좋은 위치여서 발에 걸리지 않게 굽은 '등'쪽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설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