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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옥을짓다 Jun 04. 2020

대들보, 지붕의 무게를 지고

집의 중심 대들보를 깎다.


그리스 신화에 티탄 신족과 올림푸스 신들의 전쟁에서 아틀라스는 제우스에 저항한 대가로 하늘을 어깨에 지는 벌을 받았다.  헤라클레스의 단순한 속임수에도 쉽게 넘어가는 바보스러움과 쉼 없이 하늘을 지고 있어야 하는 우직함은 우리네 대들보와 닮았다.


30자 넘는 대들보 부재 (9m정도)


대들보를 다듬는 공정은 지붕의 무게를 잘 버틸 수 있게 준비하는 과정으로 선조들은 이곳에 성주신이 산다고 믿어 못을 박거나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대들보는 기둥 위에 놓여 사람의 시선을 가장 많이 머무르게 하는 부재로 나무가 보여주는 친근함, 들보 자체에서 느껴지는 단단함과 멋스러움은 한옥의 상징과도 같다.  


보통 가정집의 경우 큰 들보로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고 그 위에 작은 들보를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  설계 시 내부 공간의 확장으로 건물 폭이 넓어질 때나 천정에 모양을 내고 싶을 때 사용한다.  나무는 길이에 한계가 있어 건물 폭에 맞춰 지붕의 구조를 이루려면 서까래를 상하로 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까래가 상하로 교차하는 부분은 허공에 뜨기 때문에 도리라는 부재를 놓아 서까래를 받치게 하고 대들보 위에 작은 들보를 올려 도리를 도망 못 가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오량 이라 한다.


한옥의 일반구조와 현재 만들고 있는 구조


우리나라에 시공되는 대부분의 집들은 오량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량 구조보다 더 크게 하여 들보를 3단으로 올리는 경우는 칠량 구조라 하여  커다란 전시관이나 행사장 같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드는데 조선시대의 나주향교 대성전, 수원화성 화령전이 여기에 속한다.  들보를 다듬는 공정에 있어 다루기 쉬운 작고 가벼운 들보들부터 가공하여 큰 들보로 마무리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습관이 된 일이라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부재로 연습하고 큰 부재를 가공하는 것이 순서이다. 

 


대들보와 같은 큰 부재들은 장소를 옮기기 어려워 여름철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비는 나무에 꽃을 피게 하는 주원인으로 주의를 하여야 한다.  꽃은 곰팡이를 좋게 부르는 말이다.  


들보의 종류


들보는 놓이는 위치에 따라 명칭을 달리하여 부른다.  특히 우미량이라는 부재는 고려시기 건축물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부재의 높이차이를 만들어 둥근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듯 자연스럽게 부재와 부재를 맞물리게 하는 방식으로 수덕사 대웅전이 대표적이며 곡이 심한 나무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옛 어르신들이 만들어 놓은 건축물들을 보고 있으면 그 감각에 놀라울 따름이다..    



측면의 간격을 유지해 주는 충량이 있는가 하면 대들보와 대들보를 연결하는 용주사 대웅보전의 홍예보 건축물의 모서리에 45도로 놓여 틀이 움직이지 않게 잡아주거나 법주사 팔상전이나, 금산사 미륵전에서 처럼 위층의 기둥을 받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들보는 집의 측면 폭에 맞춰 길이가 정해진다.  오늘날과 달리 과거에는 칸의 개수로 집의 크기를 구분하였는데 세종 때 한 칸의 크기를 8자*8자(2.4m)로 규정하고 신분에 따라 그 규모를 제한하였다.  

과거와 현대의 공간구조는 다르나 대들보가 사용되는 쓰임은 같다.


고대로부터 건축물은 중력과의 싸움이었다.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여 건물이 오래 버틸 수 있는 재료들에 의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런 과정들은 습득을 통해 현재에 전해져 왔다.  구구단을 외우는 부모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그 자녀가 곱셈을 할 수는 없다.  그 아이도 처음부터 다시 배워 경험을 쌓아야 한다.  우리가 아는 전통은 좋은 스승을 만나 계승되고 시대에 맞춰 새롭게 변해왔다.   


집을 이루는 부재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집의 중심인 대들보는 바보스러운 우직함으로 묵묵히 버티고 있어야 한다.  아틀란스처럼..


3D 입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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