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살자~>
24.9/17(화)
아직도 에어컨 실외기는 윙윙 돌아가고 있다.
아마도 다음 달까지는 풀 가동될 예정이다.
더우면서도 시원해진 계절이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쾌적 체감이 다르다.
나는 이제 시원하면서도 뜨뜻미지근한 저녁의 공기를 느끼고 싶다.
그러나 남편은 잠시의 온기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를 100% 활용하여 자연의 느낌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이보다 더운 것도 추운 것도 다 온몸으로 참아내며 잘 살았다.
그러나 요즘은 더위나 추위를 전혀 이겨낼 생각이 없다. 나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
우리는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러운 계절 감각을 잊고 살고 있다.
견뎌내야 할 스트레스가 많아서 더위나 추위까지 굳이 견디는 삶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머리가 복잡하니까 몸이라도 좀 편하게 살고 싶다.
명절 당일 아침.
운동하러 갔더니 죄다 남자들뿐이다.
평소 휴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선점하려는 아주머니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명절 아침 운동이 가능한 건 아저씨들 뿐인가?
나는 오늘 아침 우리 골프장의 유일한 여성 회원이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명절 아침, 여성들은 무척 바쁠 것이다.
나처럼 어쩌다 운 좋게 얻어걸린 한량이 며느리는 거의 없다. 이 정도 자유는 돌싱 아니면 싱글 여성 밖에 못 봤다.
다들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힘내서 참으며 명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거리가 조용하다. 이른 아침이지만 집집마다 맛있는 밥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아침밥을 거의 안 챙겨 먹어서 아침부터 음식냄새가 길거리를 가득 채울 일이 없다. 아직 명절은 이렇게 가족이 모이는 문화가 남아있지만, 1인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향후 10년 내에 이런 모습도 점점 사라질 거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명절은 내내 흐려서 그런지 날이 몹시 습하다.
도시에서 동식물, 곤충을 관찰하기는 쉽지 않지만, 신기하게 어딘가에 살고 있는 풀벌레 소리가 커지고 있는 계절이다.
훅한 바람이 불어오자 작게 만들어진 빌라 화단에서 흙과 풀냄새가 올라온다.
거실에는 창문이 열려있지만 남편이 누워있는 안방에는 에어컨이 풀가동되어 효율이라곤 전혀 없는 생활이 최소 1달 반 정도 더 지속될 예정이다.
가을이 금방 사라지겠지.
에어컨을 끄면 바로 겨울이 와서 보일러를 켜는 생활이 시작된다.
에어컨과 보일러 둘 다 없이 지낼 환절기의 계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눈 깜짝할 새 첫눈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