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가을....>
계절을 길게 누리는 법은,
하루하루 그날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가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무심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적인 부분'이 추가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 계절적인 하루를 기억하고 인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무섭냐면, 쇼츠 몇 편을 보면 1시간이 1분처럼 사라진다.
나도 모르게 버려진 짧은 순간이 실제로는 길게 버려진 몇 시간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쇼츠를 보는 순간은 시간의 흐름이나 양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에 멈추지 못하고 지속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마구 흘러가 버려진다는 것을 느끼기 전에 늘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다.
행동의 전환이랄까. 관성에 빠진 그 시간에 메몰 되지 않기 위해.
짧은 환절기를 길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 계절을 다양한 일로 촘촘하게 채워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 다양한 일이란 루틴한 일상이 아닌 평소와 다른 행동변화가 필요한 활동을 말한다.
가을이 짧게 느껴진다면, 이 시즌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다채로운 일들로 이 시간을 만들어가면 된다.
가을이 끝난 뒤에, 기억에 남을 만한 다양한 사건으로 시간의 폭을 의도적으로 넓히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 내일을 다르지 않게 흘려보낸다면 이 가을은 결국 없었던 계절이 된다.
특히 봄과 가을은 신체와 의식에서부터 참 좋다고 느끼기에 유난히 짧게만 느껴진다. 좋은 시간일수록 무한정 풍족하다고 여기기 어렵다.
아쉬울 만큼 늘 부족한 것이 봄, 가을이다. 실제로 계절의 길이도 살짝 짧아지긴 했지만.
시간의 발견에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고 지나간 세월은 턱없이 빠르고 짧았다고만 느낀다.
왜일까?
이건 뇌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평범한 하루는 잊혀지기 쉽고,
뇌는 똑같은 하루를 하나의 작은 점처럼 압축해 버린다. 반복되거나 연속된 행동은 단 하나의 경험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같은 행동으로 긴 시간을 쓰면 시간의 총량과 상관없이 뇌는 하나의 사건으로 요약해 버리게 된다.
뇌는 게으른 효율 천재이기 때문이다.
요약과 생략, 압축을 위주로 효율적으로 뇌 시스템을 운영한다.
뇌는 시간의 길이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다양성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래서 긴 시간을 확보하는 것보다 다양한 행동의 변화가 시간을 길게 인지하는 방법이다.
수많은 정보의 중요도로 선별해 그 외의 것을 폐기하는 프로세스 없이는, 뇌 정보 처리 용량의 한계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계절을 길게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적인 변화와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가을이 짧건 말건 상관이 없다면 그냥 살던 대로 살아도 괜찮다. 그러나 가을이 짧아 아쉽다면 그냥 흘러가는 달력만 보며 일상생활만 해서는 곤란하다.
요즘 날씨, 무엇을 해도 참 좋은 계절이다. 활동적인 운동, 여행...독서. 어떤 새로운 분야를 제대로 공부해 보기도 좋다.
나는 요즘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을이 가장 멋지게 차려입기 좋은 계절이므로 출근 패션을 헛되이 날려버리지 않는다.
짧은 계절일수록 더욱 신경 써서 다양한 시간으로 채워가야 뇌에서 다채로운 그 자체를 모두 의미 있게 기록하고 남길 수 있다.
가을이 유난히 짧게 기억된다면, 어쩌면 그냥 내 탓일 수도 있다.
뇌도 최대한 오래 일하기 위한 자생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진화한 것일 거다. 뇌가 효율을 안 찾으면 과부하로 미쳐버리거나 파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우리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일상을 모조리 기억하고 싶지 않다.
정보의 중요도 순서대로 나열하여 어떤 것을 중요하게 판단해 남길지를 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면 또 얼마나 피곤한가.
그래서 뇌는 자기가 알아서 긴 사건은 요약하고 반복된 건 지우는 형태로 기억을 보관한다.
우리는 그 기억을 추억 삼아, 나이 들수록 인생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고 한탄하는 중이다.
뇌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인생이라 그냥 요약, 축소한 잘못 밖에 없다.
일상이 다채롭기 어려운 나이라서... 그냥 내가 몸소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이 계절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