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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Jun 10. 2024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알 수 없는 무엇과의 숨바꼭질

늘 뭔가를 표현하고 싶었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음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서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거기 뭔가가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그 무언가를 밖으로 불러내려면 매개체가 필요했다.


한때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거리를 헤매기도 했고

간혹 녹화 버튼도 눌렀다.

임시저장이 가능한 웹사이트엔 쓰다만 글들로 가득했고

타 다탁 경쾌한 소리를 내던 키보드는 완성되지 못한 문장의 어디쯤에서 멈춰 섰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내가 미술관과 전시회를 좋아하고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욕구를 가진 종(물론 유명세는 확연히 다르지만)에서 느껴지는 동질감과 편안함 때문이기도 했다.

행태는 다르지만 사진, 그림, 조형물, 글, 영상 등 예술이라 불리는 모든 것은 '표현의 욕구'라는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기법과 형태는 달라도 그들이 그것을 완성한 계기를 살펴보면 그 뿌리는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심연에 흐르는 물결이 잉태한 생명.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오랜 시간 많은 소스를 수집하고 가공하려 노력했지만 그것을 밖으로 꺼내기엔 늘 부족했다.

만약 그것이 꽃이었다면 충분한 햇볕과 수분이 부족했을 수 있고 동물이라면 수정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채워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엔.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엔.

뭐가 부족했던 것일까.


나는 그러한 알 수 없는 결핍.

눈에 보이지 않는 부족함.

감지할 수 없는 부재의 환경 속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나는 무엇을 세상에 내어놓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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