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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Jul 18. 2021

18시간, 어쩌다 미국

미국,애틀랜타

비행기 표를 예약하다가 최저가를 사다 보니 어쩌다 경유하게 된 미국

남미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없어서 북미, 아프리카, 유럽을 항상 경유한다.

스탑오버를 활용해서 남미 전후로 하루 이틀 정도 다른 나라를 함께 여행하기도 한다.

누구는 미국을 들리면 비자 발급에 돈이 무려 5만 원이나 들기에 일부러 유럽이나 멕시코로 간다고도 하는데, 그런 걸 몰랐던 나는 부랴부랴 여행 이틀 전에 미국 비자를 끊었다.


사실 미국에 가고자 하진 않았다.

경유하면 피곤할게 분명했고, 공항에서 잠이나 자다가 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경유 시간이 무려 18시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여행 도중 깨닫게 되었고 급하게 여행 일정을 짰다.


그렇게 해 뜰 무렵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한다.


미국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지만, 사람이 없어서인지 금방 끝나버린다.

미국이다. 미국

이틀 전에 나와 똑같이 애틀랜타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가신 사회쌤이 알려준 덕분에 쉽게 쉽게 짐도 부치고 지하철을 탄다. 남미에 처음 와서 모든 게 색달랐듯이 미국도 그러하다. 이렇게 방문한 나라 하나가 추가된다.


지하철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영화에서 보던 풍경이라 모든 게 익숙해서 더 신기하다.

미국 기온은 영상인데도 춥다. 바람막이 하나 입고서 그래도 미국 남부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춥다. 역시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미국의 지하철 풍경


아침부터 배가 고파 뭐라도 먹을까 싶어 마트에 들어간다.

샌드위치나 빵같이 간단한 먹을거리라도 있을까 싶다.

한창 둘러보고 있는데 비싸다. 아주 작은 빵 같은 것도 5달러는 족히 넘는 것 같다.

그러고 있는 찰나, 어느 흑인이 말을 건다.


"너 아까 마트 앞에서 사진 찍었지?"

맞다. 아까 길거리 사진을 찍긴 했다. 순간 찍으면 안 되는 건가 해서 놀란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 부모님이 뉴올리언스 허리케인에 목숨을 잃었다고 하면서 자기에게 돈 좀 달라고 한다. 당황해서 달러가 없다고 하니까 아니면 먹을 것 좀 사달라고 한다. 겨우 4달러밖에 안 한다고 하면서...... (겨우 4달러면 지가 벌어 사 먹던가 ㅠㅠ) 

구걸하는 금액 자체가 다르다. 기본 4달러부터 요구한다니...... 여행객은 기본적으로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4달러면 내 밥값이다.

결국 미안하다 하고 거절하고 나오는데, 나를 위협하지 않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큰 마트 안에 나와 그 흑인 둘 뿐이었고, 길거리에서도 돌아다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으니......

미국의 아침 걸거리 풍경


CNN 센터부터 들려본다.

18.5 달러나 주고 투어를 신청한다. 투어 아니면 볼 것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마침 투어 시작 10분 전이다. 50분간 투어를 진행하는데 갑자기 남미에서 듣던 영어보다 영어 수준이 확 높아져서 겨우 알아듣고 만다.


계속 동행이 있어오던 남미에서와 달리 이곳 애틀랜타에서는 오직 나 혼자. 외국인에게 사진 부탁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기념품이라도 사가려고 보니 작은 것 하나도 6~7달러 이상이다. 더럽게 비싸긴 비싸다. 

CNN 앵커들이 앉아 방송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팔고 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사진 찍어주고 돈 받고 파는 것이랑 비슷하다. 무려 30달러나 했는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걸 사버리고 만다. 무엇에 홀린 듯이, 그걸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어서 사버린다. 사실 지금은 후회한다.


CNN 센터 정문, 그리고 내부
투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대머리 아저씨가 진행하는 투어, 앵커가 방송을 진행하는 스튜디오 모습


CNN 센터를 벗어나 공원을 따라 걷다 보니 조지아 수족관이 보인다.

그렇게 크다는데 딱히 관심이 없어서 패스. 애틀랜타에서 그나마 유명하다는 코카콜라 박물관으로 향한다.


Word of Coca Cola

그래도 애틀랜타 넘버원 랜드마크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만난 애틀랜타 거주하는 한인 아주머니도 여기부터 추천해줄 정도.

여기도 수시로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는 모양이다. 한국어 안내 책자가 있다. 고맙다.

사실 딱히 볼 건 없는 것 같고, 옛날부터 광고하던 코카콜라 포스터를 쭉 보여준다. 

사람들이 기쁜 순간에 함께 하던 코카콜라라는 주제의 영상을 보여주는데 이거는 진짜 기가 막히게 잘 만든 것 같다. 마지막에는 정말 뭉클할 정도.


월드 오브 코카콜라 투어


이어서 코카콜라 공장을 재현한 공간, 그리고 코카콜라 레시피가 담겨있다는 금고 뭐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데 신비로운 척은 잔뜩 해놓고 결국 뭐 보여주는 것은 딱히 없는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은 듣던 소문대로 전 세계에서 파는 모든 코카콜라 제품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대륙별로 10개 남짓 나라의 음료가 종류별로 있다. 한 번씩 다 먹어볼 요량으로 종이컵에 조금씩 담아서 맛본다. 그러다 보니 입에서 맛이 다 섞여서 나중에는 무슨 맛인지도 모를 지경이 된다...;;


아시아에서 한국 음료를 찾아보려는데 살아생전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음료를 한국 대표 음료라고 내놓는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있었을까 싶지만, 적어도 업데이트는 해야 되는 것 아닐까. 한국의 이상한 과일 음료를 보고는 갑자기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 


한국의 이상한 조이 음료.... 아시는 분?

그래도 과일맛 스프라이트, 바닐라맛과 체리맛 코카콜라는 흥미롭다. 물론 맛이 있진 않다. 꽤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그냥 일반 코카콜라가 제일 맛있다는 교훈 하나는 얻고 간다.


마지막은 역시 기념품점. 돈을 쓰게 만든다.

내가 기념품을 담아갈 가방이 부족해서 망정이지, 캐리어가 있었다면 돈을 엄청 쓰고 갈 정도다. 종류도 많고 너무 잘 만들어놓은 느낌이다. 머그컵 텀블러 옷 인형 마그넷 열쇠고리... 등등인데, 이게 이쁘기도 하고 코카콜라의 브랜드를 대놓고 상품화시키니 안사고 지나치기가 어렵다. 역시나 돈은 부족하고 들고 갈 가방도 부족해서 고민 끝에 마그넷 몇 개를 사고 만다.


코카콜라 박물관을 다 보고 나도 1시. 할 게 없다 이제.

시간 되면 들려보려던 조지아 공과대학에 가본다. 미국 대학은 어떤 풍경인지 궁금한 게 이유다.

가는 길에 보이는 애틀랜타 가정집은 잘 사는 동네인지 깔끔하고 넓은 주택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영화에서 보던 미국 느낌이 물씬 풍긴다.


미국 대학을 언제 또 가보겠냐. 조지아 공대의 수많은 건물을 지나쳐 도서관처럼 생긴 곳에 가본다.

우리나라처럼 학생증을 찍고 들어가야 되나 싶어서 입구에 들려보니 그냥 입장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사람이 없어서 방학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도서관 안에는 사람이 엄청 많다. 다들 노트북 하나씩 들고서 옆에 노트까지 펴놓고 엄청 집중이다. 강의실처럼 생긴 곳도 슬쩍 볼 수 있었는데, 학생 수가 많지 않고 서로 웃으면서 교수와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실제 강의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으나, 분위기 자체가 조금 다른 듯하다. 다들 뭔가 삼삼오오 모여서 토론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 깊다. 당연, 미국에 대한 환상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든 것 일수도 있다.


조지아 공대의 도서관 풍경


도서관 옆 잔디밭에 누워서 쉬면서 대학 풍경을 구경한다.

날이 쌀쌀한데 다들 추위를 안타는 것인지 일부는 짧은 옷을 입고 다닌다.


조지아 공대 잔디밭

다시 길을 나선다.

스타벅스나 가보자 하고 시터 머그를 사려고 물어보니 40달러란다.

기겁하고서 에스프레소 컵으로 대신 산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CNN 지점 스타벅스에 다시 물어보니 13달러라고 한다. 그제야 가격을 잘못 알았구나 싶어서 다시 먼길을 돌아 머그컵으로 바꾼다.

스타벅스에서 한국인 일가족을 만난다. 무슨 축산 박람회에 초청받아서 가족 다 같이 왔다고 하신다. 5일간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아마 나랑 같은 비행기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동시에 역시 소 키우는 사람들은 부자구나 싶은 생각도 한다.


애틀란타 에스프레소컴, 그리고 어느 길거리 풍경


저녁을 먹긴 해야 되는데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잘못 들어갔다가 다시 물가에 참교육 당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이전에 남미에서 T형이 애틀랜타에서 무슨 치킨이나 바비큐가 맛있다고 하는데 혼자 갈 곳은 못 되는 것 같고, 가격도 예상이 가지 않는다. 결국 겨우 구글 검색해서 찾은 샌드위치 집에 간다.


해가 저물고, 더 이상 보고 싶은 곳도 없다. 지치기도 하고 여유 있게 공항에 가고 싶다.

지하철을 타려고 지하철역을 찾아가는데, 해가 저물어 어두컴컴한데 자꾸 길거리의 흑인들이 말을 건다. 구걸이다. 안 그래도 안 보이는데 흑인들이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나타나서는 돈을 달라고 하니, 솔직히 말해서 여행 모든 기간 통틀어서 제일 무서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걸음도 비틀거리고 머리도 일주일은 감지 않은 모습으로 말을 걸곤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한 대여섯 명이 말을 건다. 무서워서 걸음을 재촉하는데 백인은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애틀랜타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겨우 지하철을 탔는데, 거기서도 지하철 칸에 90%는 흑인이다. 이게 내가 무슨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구걸을 겪다 보니 괜히 지하철에서도 마음이 졸여진다.


그렇게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도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겨우 비행기 시간이 된다.

16시간의 국내 최장거리 비행이라 걱정이 많다.


애틀란타에서의 장거리 비행 경로, 그리고 기념품들


코로나가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한 2020년 2월 초라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하필 내 옆자리는 중국인이다. 당연히 여행을 떠나온 나에게 마스크가 있을 리 없다. 다행히 내 옆자리 중국인이 16시간 내내 마스크를 끼고 있다. 16시간 동안 도대체 뭘 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결국 피곤에 찌들어 16시간 중 12시간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잠만 잔다.


어느새 인천, 너무 이른 아침의 한국 공기는 맑고 맑다.

입국 심사도 프리패스. 역시 고국이 최고다.

국밥에 막걸리 한잔 하고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탄다.

한국 음식이 최고다.




총 36일

순수 여행 32일

6개국 15개 도시

버스 최장 시간 17시간, 쿠스코 to 이카

단일 최장 비행시간 16시간, 애틀랜타 to 인천

편도 최장 순수 비행시간 28시간, 인천 to 부에노스아이레스

비행기 11번, 야간 버스 4번, 공항 노숙 2회, 돈 털림 1회


여행 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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