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응급실의 그림자는 사라졌다. 길을 잃기도 했고, 두려워 숨어들기도 했다.
자신을 만나지 못해 지워지는 그림자가 되면, 병원의 어느 공간에 스며들었다.
나는 이곳을 돌아다녔다. 나와 비슷한 그림자를 찾아 헤매었다.
코끝을 스치는 마지막 숨을 느꼈다. 그걸 이용해 그림자를 찾아냈다.
다리가 없는 작은 그림자의 스며듦이 느껴졌다. 젖은 가제손수건,
입가에 묻은 엄마의 비릿한 젖을 호흡했다. 그림자는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그 어떤 위로대신, 가는 길을 배웅했다. 희망이 도망간 것 같았다.
만나는 그림자들은 모두, 팔이나, 배, 목 등이 뚫리거나없었다.
계단을 걷다가 미묘하면서 깊은, 겨울바다의 거품이 내 코를 적셨다.
그곳에는 두 눈이 뚫린 그림자가 나를 응시했다. 가만히 옆에 앉았다.
"안녕, 널 찾는 걸 도와줄까?" 나는 말했다.
그림자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뚫린 두 눈에서 젖은 모래가 쏟아지는 걸 느꼈다.
나는 조용히 일어섰다. 발을 옮기려고 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그림자가 날 붙잡았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 아닐까?"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걸 어떻게 보는데"?
"본다는 건, 있는 걸 믿는 거잖아. 그러니까 희망이 있다고 믿는 거지."
나는 그림자 옆에 가까이 앉았다.
"너는 마음으로 그런 것들을 믿고 있다는 말이야?" 그림자가 말했다.
"응. 나는 보이지 않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생긴다고 믿어."
"그럼 하나 더 물을게, 너는 어디가 없어? 난 보이지도 않고, 마음으로도 널 못 믿어."
그림자의 물음에 나는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수술대에 누워, 시린 조명에 눈을 감은 후 아직 뜨지 못했다.
뛰지 못해 고여버린 피의 적막한 비릿함이 느껴졌다.
"나는 가슴이 뻥 뚫려있어"
"가슴이 뚫려있다고? 그런데 어떻게 마음으로 믿어? 넌 거짓말쟁이구나."
"나는 볼 수 있으니까, 본 걸로 믿어. 너는 볼 수 없으니까, 마음으로 믿어.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앞으로 세상을 볼 수 없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살아가지? 난 쓸모가 없어."
"네 마음은 여전히 뛰잖아, 그거면 충분한 거야. 보기만 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거니까."
그림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 가슴을 가만히 두드렸다.
"이봐 친구, 네 그림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알고 있어?"
"안 보인다며 그걸 어떻게 아는데?"
"마음으로 느낀 거야. 지금 네 마음이 이상하게 느껴지거든"
"내 마음이 어떤데?"
"여전히 뛰는 마음은 나한테만 있어..."
나는 가만히 가슴에 손을 올렸다. 뚫렸던 곳에는 실이 꿰매어져 있었다.
길을 잃지도, 두려워 숨지도 않았다. 그림자는 돌아가지 못했다.
땅과 하늘의 광활하고 공허한 향을 느끼며 스며들었다.
언젠가, 어느 곳에서 다시 뛰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