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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는 삶

2019.11.11 베토벤의 17번 소나타

by 김주영 작가

피아니스트 이 지영의 음악살롱과 김 종원 작가의 인문학 콜라보 강연의 날이었다. 음악과 인문학 강연의 하이라이트 베토벤의 '폭풍' (17번 소나타)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귀에 익숙한 멜로디 속에서 다시 베토벤을 만나게 되는 근사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이 교수님의 잔잔한 해설과 다채로운 연주를 들으며 여자 베토벤이라 불리던 ‘클라라’와 ‘슈만’의 가슴 아픈 사랑의 시절을 따라 종원 작가님의 인문학 이야기가 별빛 밤의 메아리처럼 내 마음길에 저장되었고 먼 길 기차를 탈 수 있었던 '서울 인문학 강연'에 다녀온 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베토벤의 어린 시절 환경도 불우했다. 가출한 어머니에 어린 여동생과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매번 사랑에 빠졌지만 연상이나 결혼 한 귀족을 사랑했으며 사랑하면서도 올바르게 접근하지 못하니 늘 이별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도 역시 환경에서 오는 결핍을 음악적인 고독으로 쓸 수 있었으리라. 집안의 반대로 제자와의 사랑한 아픔을 겪고 잃어가는 청력 속에서 들리지 않는 무서운 공포를 안고 이 웅장한 곡을 완성했다는 것은 나약한 지금의 우리에게 큰 떨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슬픔, 분노, 음악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는 듣지 못하는 현실 앞에 죽음의 유혹을 물리치고 이 웅장한 포스를 완성했다는 것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진실이다. 나는 이 곡의 연주를 들으며 귀를 닫아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고 더욱 선명하게 베토벤의 생에 빠져들었다. 이 곡을 따라 천둥과 번개를 보았고 거센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인간이 회귀하고 싶어 하는 본능 영혼의 집(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 속에서 돌아갈 수 없어 슬퍼하는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대가들이 남긴 유작들을 보면 모두 행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불행과 함께 한 작품이 많다. 대가로써 천부적인 재능을 갈고닦으며 건강과 사랑과 죽음을 앞에 두고서 그것을 초월하며 있을 수 없는 시대에 길이 남는 살갗에 소름을 돋게 하는 명작들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 죽음이 언제 오든 나는 기꺼이 맞을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동안은 설령 내 운명이 아무리 가혹할지라도 죽고 싶지 않다. 죽음이여, 언제든 오라. 나는 당당히 네 앞으로가 너를 맞으리라."

(1802년 베토벤의 글 중에서)


우리는 자신의 일에 그 처럼 몰입한 일이 있었는가, 잘 될만한 나의 재능과 노력의 시간을 꿈꾸며 사는가, 깊게 자신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지며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픔도 슬픔도 결국 이겨내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색' 해야 할 가장 큰 재능이다. 오늘도 자신에게 빛이 나는 시간을 선물하며 용기를 전하자.


''당신은 이미 꿈길을 걷고 있으며 작지만 큰일을 이룰 수 있는 원대한 자본을 가진 사람이다.''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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